SF 거장들? 읽고 쓸 뿐

김종목 기자

팬들은 작품으로만 만족하지 않는다. 사소한 메모까지 모든 텍스트를 섭렵해야 성이 풀린다. 일상을 어떻게 영위하는지, 여러 사안에 관한 생각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 최근 나온 SF 책은 이런 팬심에 부응한다. ‘전설’이니 ‘세계적 거장’이니 하는 수식어가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이들의 책이다. 거장들의 일상과 생각은 ‘읽기와 쓰기’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

<베스트 오브 코니 윌리스>(코니 윌리스, 아작)는 중단편 작품집인데, 2006년 월드콘 주빈 연설문 등을 부록으로 실었다. 유쾌한 내용의 연설문에선 남자 친구와 이별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러 가는 비행기에서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읽은 이야기도 나온다. 프로도와 샘 걱정에 ‘헤어질 생각’을 까맣게 잊은 일을 떠올리며 말한다. “어제부로, 우리(저와 그 남자 친구)는 결혼한 지 39년이 됐습니다.”

[책과 책 사이]SF 거장들? 읽고 쓸 뿐

윌리스가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줬다”며 열거한 이들 중 한 명은 필립 K 딕이다. “독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신간은 <필립 K. 딕의 말>(데이비드 스트레이트펠드)이다. 작품에 얽힌 비화 등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딕은 영화 <블레이드러너>가 뜨기 전까지 “고립감, 고뇌, 갈망, 가난함”에 시달렸다. 글을 쓰며 고독감을 덜어냈다. “내가 창조한 등장인물들을 사랑하거든. 그들 모두가 내 친구였어. 책을 탈고하면 상실감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질 정도라네…소설을 탈고한다는 건 친구들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야.”

어슐러 K 르 귄의 <마음에 이는 물결>(현대문학)도 나왔다. 글쓰기와 읽기, 삶에 관해 쓴 에세이 30편을 모았다. 맨 앞은 “문체는 아주 간단한 문제에요. 리듬이 가장 중요하죠”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옮겼다. 르 귄은 ‘<반지의 제왕>의 리듬 패턴’이란 글을 실었다. 세 번 소리 내 읽었다며 이렇게 적었다. “소리 내어 읽기에도 귀 기울여 듣기에도 훌륭한 책이다. 긴 문장이 나올 때에도 그 흐름이 완전히 명확하고 호흡과 잘 어울린다. 읽는 사람이 잠시 쉬어야 할 바로 그 지점에 구두점이 있으며, 운율은 우아하고 필연적이다.” 윌리스가 <반지의 제왕>을 입으로도 읽었을지 궁금해졌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