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역시 먹이일 뿐”…존엄·우월한 존재라는 착각을 꼬집다

임지선 기자
[책과 삶]“인간 역시 먹이일 뿐”…존엄·우월한 존재라는 착각을 꼬집다

악어의 눈: 포식자에서 먹이로의 전락
발 플럼우드 지음·김지은 옮김
yeondoo | 280쪽 | 3만원

어린 시절부터 울타리 안에 있는 동물만 마주한 현대인이 포식자 동물의 ‘먹이’가 될 뻔한 상황을 경험할 일은 극히 드물다. 이 책에는 호주의 생태 페미니스트 작가이자 학자인 발 플럼우드가 카카두국립공원에서 악어에게 공격당하고 살아남은 뒤 자신의 경험을 숙고한 내용이 담겼다.

저자는 악어에게 잡아먹힐 뻔한 뒤 생각을 급진적으로 수정한다. 인간이 먹이사슬 밖에 위치한 구별된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 역시 ‘먹이’의 위치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 그는 책에서 ‘인간 역시 먹이’라고 여러번 강조한다. “우리가 먹이이자 살로서 동물적 질서에 포함된다.”

그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된 존재라는 관점을 시종일관 비판한다. 같은 맥락에서 서구의 종교와 철학에서 인간과 자연을 구분해왔던 이원론을 지적한다. 인간이 죽은 뒤 관에 넣어 땅속 깊이 매장하는 문화는 인간이 자연과 구분되어 있다고 애써 강조하는 관습이라고 설명한다. 관에 넣어 매장하는 자체가 먹이가 되기를 거부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저자는 ‘존재론적 완전 채식주의’ 관점에도 다른 시각을 취한다. 세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동떨어진 방식의 채식주의는 존중받는 생명의 범위를 인간 밖으로 확장하지만, 그 경계 밖에 존중의 대상이 되지 않는 존재를 여전히 남겨둔다는 것이다. ‘존재론적 완전 채식주의’ 역시 결과적으로 이원론적 시각이라는 의미다. 지역적 맥락이 배제된 점도 지적한다. 예를 들어 호주 서부 밀지대에서는 곡식을 재배할 때 들어가는 생태적 비용이 더 크고, 목초지에 영향을 덜 끼치는 방목 동물을 먹는 것이 곡물을 먹는 것에 비해 생태적 비용이 훨씬 절감된다는 것. 저자도 채식주의자라는 점에서 이채로운 주장이다.

철학적 내용이 상당하지만 저자가 옆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하다. 역자 김지은은 “자연과 비인간 존재를 소통 가능한 윤리적 존재로 바라보는 플럼우드의 태도를 부드럽게 담아내고자 한국어 종결 어미는 높임법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생태 페미니스트로 국내에서도 이미 유명한 저자이지만 그의 단독 저서가 번역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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