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 타고 2500㎞ 1년여 여정…북극서 시작된 ‘기후위기’를 마주하다

김한솔 기자
[책과 삶] 유빙 타고 2500㎞ 1년여 여정…북극서 시작된 ‘기후위기’를 마주하다

북극에서 얼어붙다
마르쿠스 렉스 지음 | 마를레네 괴링 사진
오공훈 옮김
동아시아 | 420쪽 | 3만2000원

<북극에서 얼어붙다>는 전 세계 최고 과학자들로 구성된 ‘모자익 원정대’ 1년여간의 북극 탐험 일지다.

원정대장인 독일의 유명 대기학자 마르쿠스 렉스가 항해 첫날인 2019년 9월20일부터 마지막 날인 2020년 10월12일까지 389일간의 여정을 상세히 기록했다. 20개국 90개 기관의 학자들이 참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들인 이 원정의 목적은 북극 기후 연구다.

북극은 기후변화의 진원지다.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최소 2배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

약 100명의 과학자, 기술자, 선원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1982년부터 전 세계 곳곳을 누빈 독일의 연구용 쇄빙선 ‘폴라르슈테른’호를 타고 북극으로 향한다. 이들은 움직이는 유빙을 타고 배가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방식으로 북극을 탐험한다. 1893년의 탐험가 프리드리히 난센이 시도했던 방식을 참고로 한 것이다. 난센은 이런 방식을 통해 당시로서는 드물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북극 원정에 성공했다.

2500km를 유빙에 의지해 무동력으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조사를 위해선 유빙의 두께가 최소 1m는 되어야 하지만, 처음 목표했던 지점의 유빙 두께는 60~80cm에 불과하다. 온난화 때문이다. 원정대는 조사가 가능한 안정적인 유빙을 찾아 북극을 헤맨다. 가는 곳마다 북극곰과 맞닥뜨리고, 신선한 음식도 점점 떨어져간다.

하지만 원정대는 어떤 순간에도 북극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조차 이들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낭만적인 순간은 존재한다. 원정대는 휴식 시간에 북극의 얼음을 깨서 위스키에 넣어마신다. 초현실적 형태의 오로라와 만난다. 1년여간의 원정을 마치는 날, 대원들은 얼음이 쌓인 능선 위를 함께 걷는다.

마를레네 괴링이 촬영한 북극 사진들이 아름답다. 책에 실린 한 뼘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사진 속에서도 북극의 서늘함과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괴링은 이 사진들로 세계보도사진상, 국제탐험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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