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죽음을 극복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삶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너와 나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상실은 남은 자를 와해시키고, 그 변화를 기꺼이 겪으려는 애도로 떠난 자를 오래 기억한다는 무(無)선택적 관계 앞에 속절없이 이끌렸습니다.
글을 쓰는 내내 김미현 교수님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연구실을 비우기 전, 마지막으로 장서들을 정리하고 나오는 길에 꼭 어디선가 보내주신 선물처럼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너를 믿고 더 나대라는 말씀에도 지금껏 한 번도 그럴 용기를 내지 못했었는데, 처음으로 감히 스스로를 조금은 믿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선생님께 배워서 제가 이렇게 글을 씁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치열하고 겸손한 태도로 세상과 문학을 마주하겠다고 약속해요. 여전히 너무 많이 보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미숙했던 시절, 문학의 목소리를 외롭지만 다정한 것으로 처음 알려주신 강지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두근거리던 첫인상으로 언젠가 저도 평론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항상 더 나은 길로 지도해주시는 이화 국문 교수님들과, 늘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시는 국교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끄럽게도 정말로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던 순간에 제 글을 눈여겨 읽어주신 심사위원 양윤의·차미령 선생님께 깊은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함께 공부하는 사이 그 이상의 사랑으로 품어주는 대학원 선배들에게 고맙습니다. 언니들한테 빚진 따뜻함을 소중히 갚아나가겠습니다. 동고동락하는 대학원 동료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전부를 나눌 수 있는 야수파 친구들에게 오랜 우정을 보냅니다. 무엇보다 변함없이 지지해주는 엄마 정혜진, 아빠 정민구, 동생 정미래에게 특별한 사랑을 전합니다.
테두리를 더듬을 수조차 없는 미약한 시작점에서, 문학이라는 그림자를 떠나지 않고 들여다보려 애쓰겠습니다. 이 벅찬 마음에 기대어 끝내 무너져버리지 않고 계속 쓰겠습니다.
△1999년생, 이화여대 국어교육과·국어국문과 졸, 동대학원 국문과 석사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