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돌아온 도시괴담…관객은 어느새 흑인 악당 편…영화 ‘캔디맨’

백승찬 기자
영화 <캔디맨>의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 <캔디맨>의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슬럼프에 빠진 아티스트 앤서니(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 시카고의 카브리니 그린 지역으로 돌아온다. 한때 저소득층용 공공주택이 있던 이 지역에는 재개발로 번듯한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우연히 이 지역에 떠돌던 도시괴담 ‘캔디맨’을 들은 앤서니는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한다. 이 괴담은 거울 앞에서 ‘캔디맨’을 다섯 번 부르면 한 손이 갈고리로 된 흑인 남자가 나타나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때마침 앤서니의 여자친구이자 큐레이터인 브리아나(테요나 패리스)가 관여한 전시에서 두 명의 관계자가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앤서니의 캔디맨 소재 작품은 조금씩 유명해지고, 앤서니는 작품에 집착하는 한편 캔디맨의 환영에 사로잡힌다.

22일 개봉한 <캔디맨>은 1993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리부트작이다. 당대 보기 드문 흑인 살인마를 등장시켜 인기를 끈 <캔디맨>은 3편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는 1편의 이야기를 조금 뒤튼 뒤 시대배경을 동시대로 옮겼다.

광기에 빠진 예술가 혹은 작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예술가라는 소재는 새롭지 않다. 2021년판 <캔디맨>을 새롭게 하는 건 영화에 반영된 시대상이다. 도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저소득층 주택가의 소멸, 이 과정에 활용되는 예술가와 비평가 집단의 이주, 아티스트 개인사를 대중적 인기를 위한 스토리텔링에 활용하는 모습 등이 은근히 풍자된다.

<캔디맨>이 직격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 여전한 인종 문제다. 경찰이 피부색으로 범죄를 판단해 폭력을 쓰거나 발포한다면, 무고한 흑인에게는 그보다 더한 공포가 없을 것이다. <캔디맨>은 노예 해방 시기부터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 시대까지 이어진 흑인이 느끼는 공포를 적극적으로 구현한다.

갈고리, 면도칼, 신체 절단 등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끔찍하지만, 이를 직접적인 장면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명랑한 음악,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그림자 인형극, 앤서니가 그린 그로테스크한 회화 등으로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천국에는 괴담이 없다. <캔디맨> 같은 도시괴담은 사회에서 해소되지 않은 모순의 구현이다. 사람을 해치는 이유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 캔디맨은 분명 악당이지만, 어느새 관객이 악당을 응원하도록 슬며시 유도한다.

<겟아웃> <어스>의 감독 조던 필이 제작했다. 흑인 여성 니아 다코스타가 연출했다. 다코스타는 마블 영화 <캡틴 마블>의 속편 <더 마블스>의 감독으로 낙점된 상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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