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영화로 칸 찾은 오광록 “딸에 죄의식 가진 아버지 표현하려 혼신 다해”

칸|오경민 기자
영화 <리턴 투 서울>의 한 장면. 생물학적 아버지(오광록)는 아기 때 입양 보낸 딸 프레디(박지민)에게 자신이 어릴 적부터 살던 군산 바다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다. 오로라 필름  제공

영화 <리턴 투 서울>의 한 장면. 생물학적 아버지(오광록)는 아기 때 입양 보낸 딸 프레디(박지민)에게 자신이 어릴 적부터 살던 군산 바다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다. 오로라 필름 제공

서울로 2주간 여행 왔던 프레디(박지민)는 아버지를 만난 뒤 해외에 있다가도 자꾸 한국으로 돌아온다. 오로라 필름 제공.

서울로 2주간 여행 왔던 프레디(박지민)는 아버지를 만난 뒤 해외에 있다가도 자꾸 한국으로 돌아온다. 오로라 필름 제공.

전북 군산에서 먹고살 일을 걱정하며 평생을 살아온 중년 남성과 프랑스에서 자란 젊은 여성이 만난다. 생물학적 아버지(오광록)와 갓난아기 때 입양간 딸 프레디(박지민)다.

딸이 아버지를 열정적으로 찾은 건 아니다. 일본 여행을 하려던 참에 태풍이 불었다. 항공사가 같은 날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운항한다고 해서 목적지를 서울로 바꿨다. 서울에 와서 자신을 입양 보낸 기관을 알게 됐고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았다. 그렇게 딸은 아버지와 그의 새 가족을 만난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된 데비 슈 감독의 영화 <리턴 투 서울>은 이렇게 시작한다.

딸은 이 모든 쉽지 않은 결정을 우연에 맡기는 척 시늉한다. 마침내 아버지를 만난 뒤에는, 본인 없이 나름의 방식으로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아버지네 가족 앞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상처가 될 만한 말들을 던진다. 그가 하는 말들은 거의 아버지에게 닿지 않고 고모(김선영)의 엉터리 통역과 친구 테나(한국화)의 완곡한 표현 속에 고꾸라진다. 프레디가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해”라고 하면 테나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대요”라고 바꾸어 말하는 식이다. 대화만큼이나 그들의 만남은 성공적이지 않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드뷔시 극장에서 영화의 첫 상영을 마친 뒤 근처 해변에 설치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배우 오광록씨를 만났다. 그는 “아버지는 프레디에게 어떤 식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았고 무책임하게 외면했다”며 “어떤 사정이 있었든 아이는 ‘나라는 존재가 버려졌다’는 인식을 고스란히 가진 어른이 됐다. 딸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전쟁 이후 해외로 입양된 사람이 2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기도 하죠. 미국 다음으로 한국인을 많이 입양한 나라가 프랑스라고 합니다. 주변에 한국인 입양아들이 많았던 데비 감독이 실제 본 일을 모티브로 해서 이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너무 흥미있는,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영화였습니다.”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았던 아버지는 자신을 만나러 온 딸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대사에서도 여러 번 강조되듯 그는 전형적인 한국 남자다. 그의 노력은 오히려 딸을 도망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에서 살라고, 시집을 가라고, 한국어를 배우라고 한다. 술에 취해서 밤마다 전화를 걸고 알아듣지 못하는 문자를 보낸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부유하는 딸은 아버지에게서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한국으로 돌아온다.

오광록씨는 여러 작품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지만 단순히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공부하며 임한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 역할이라고 하면 너무 간단한 캐릭터로 보이기 쉽다. 그래서 더 깊게 들여다보고 무엇인가 발견하고 찾으려고 한다”며 “이 아버지의 경우 딸에 대해 가진 죄의식을 온전히 표현하려고 혼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턴 투 서울>에 대해 “뻔하지 않고, 통념들 앞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영화”라면서 “커다란 사고가 벌어질 것 같다가도 ‘툭’ 고요하게 과정을 점프한다. 대단히 미술적이고 회화적”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리턴 투 서울>이 처음으로 공개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 설치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오광록을 만났다. 오경민 기자.

영화 <리턴 투 서울>이 처음으로 공개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 설치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오광록을 만났다. 오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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