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지붕 뚫는’ 열창에 섬뜩한 이중성 연기…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선명수 기자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안방 1열’이 일상이 된 팬데믹 속에서도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몇번의 클릭으로 유명 공연 영상을 볼 수 있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언제든 좋아하는 넘버를 들을 수 있는데도 시간과 돈을 들여, 비좁은 객석에서 마스크를 쓴 채 긴 시간을 견디는 것은 오직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의 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막 올린 <지킬앤하이드>는 그런 면에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뮤지컬이다. 말 그대로 ‘극장 지붕을 날려버릴 듯한’ 배우의 열창, 노래와 연기와 연출이 완벽한 합을 맞출 때 발산되는 에너지는 극장 밖에선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이 뮤지컬의 간판과 같은 노랫말처럼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무대와 객석이 전율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국내에서 초연해 17년간 흥행 기록을 이어온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초연 성공을 이끈 조승우, 류정한을 비롯해 실력파 배우들이 <지킬앤하이드> 무대를 거쳐갔고, 국내 누적 공연횟수가 1410회, 누적 관람객 수는 150만명에 달한다.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노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만큼이나 극의 스토리 역시 유명하다. 인간이 품은 선과 악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1886년)가 원작으로, ‘지킬’과 ‘하이드’는 인간의 양면성과 이중 인격을 설명하는 대명사 같은 말이다.

익숙한 음악에 그보다 익숙한 서사지만, 그럼에도 공연은 배우들의 야성적인 연기와 폭발적인 열창, 잘 짜인 무대 연출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어떻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지 입증하는 공연이다. <지킬앤하이드>는 오리지널 원작의 각색, 번안, 캐릭터 수정이 가능한 ‘논 레플리카(Non-Replica)’ 제작 방식의 뮤지컬로 제작사인 오디컴퍼니가 한국적 정서와 스타일에 맞게 재탄생시켰다. 정작 ‘본토’인 브로드웨이(1997년 초연)에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했던 이 뮤지컬이 국내에선 17년간 흥행불패를 이어오며 사랑받은 이유다. 이 ‘한국형’ <지킬앤하이드>는 2006년 일본에서 공연되고 2017년엔 중국에 수출되는 등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지킬앤하이드>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무대로 평가받기도 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명장면이 많은 공연이다. 관객들 모두가 기다려온 넘버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가 고조되며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지킬의 실험실이 무대 위로 밀려들어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5~6m 높이의 거대한 세트에 1800여개의 메스실린더를 가득 채워 다양한 색채와 조명으로 빛나는 지킬의 실험실을 구현했다.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하는 장면 역시 강렬한 조명과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한 명의 배우가 오직 조명 변화에 따라 한 장면에서 분열된 두 명의 갈등을 연기하는 ‘대결(The Confrontation)’ 역시 관객들이 꼽는 명장면이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지붕 뚫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유명한 홍광호는 혼자 다른 출력의 마이크를 착용한 듯 파워풀한 노래와 180도 돌변하는 1인2역으로 기립 박수를 받았다.

홍광호 외에 초연 흥행을 견인한 류정한과 배우 신성록이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한다. 지킬을 사랑하지만 하이드로부터 고통받는 ‘루시’ 역에는 윤공주·아이비·선민이, 지킬의 약혼녀 ‘엠마’ 역엔 조정은·최수진·민경아가 출연한다. 공연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내년 5월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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