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11곳 1311억…장애인 고용 않고 돈으로 막았다

조미덥 기자

장애인 고용부담금 5년치 분석

삼성그룹 계열사 11곳 1311억…장애인 고용 않고 돈으로 막았다

100개 기업·기관 부담금 3조 넘어
연세대·서울대병원도 100억 이상
착한 기업이라는 ‘오뚜기’도 50억
공공기관들 단기 고용 꼼수 의혹도

국내 주요 기업과 기관들이 지난 5년(2016~2020년) 동안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공공 3.4%, 민간 3.1%)을 지키지 않고 대신 납부한 장애인고용부담금(이하 부담금)이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지난 5년간 부담금 총액과 부담금 상위 100곳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748억원으로 부담금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14억원을 포함해 5년 동안 총 748억원을 냈다. 삼성전자의 장애인 고용률은 2016년 1.67%에서 지난해 1.55%로 되레 떨어졌다. 2위는 대한항공(273억원), 3위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216억원), 4위는 KB국민은행(202억원), 5위는 SK하이닉스(201억9100만원)였다.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가운데 삼성이 계열사 11곳에서 1311억원을 내 가장 큰 금액을 기록했다. 삼성은 지난 5년 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매년 부담금 납부 순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기와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관계사인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판매 등도 포함됐다.

이 시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던 때였지만 장애인 채용에서는 눈에 띄는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가 장애인 고용에 신경을 쓰면서 5년 동안 한 번도 부담금을 내지 않았다. 현대차는 3%대 초·중반, 기아는 3%대 중반의 장애인 고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계열사에선 인식 개선이 부족했다. 현대모비스(86억원)와 현대엔지니어링(57억원), 현대건설(53억원) 등 5개 기업이 부담금으로 5년 동안 246억원을 냈다.

SK그룹은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장애인 고용을 늘리고 있었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ADT캡스, SK에코플랜트, SK텔레콤, SK(주), SK네트웍스 등 6개 기업이 5년 동안 344억원을 냈지만 몇년간 최태원 회장 주도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장애인 채용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엔 100위 안에 SK하이닉스와 ADT캡스만 남았다.

LG그룹은 LG전자 등 6개 회사가 5년 동안 400억원을 부담했다. 그룹 자산 규모로는 4위인데 부담금 규모는 2위를 기록했다. 주력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이 부담금 대부분을 차지했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과 롯데쇼핑만 각각 15억원, 10억원을 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합친 전체 기업 부담금은 2016년 4574억원에서 지난해 7239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장애인 고용의무 비율이 높아진 첫해인 2019년(공공 3.2%→3.4%, 민간 2.9%→3.1%)엔 부담금을 낸 기업이 8586곳으로 최다였고, 부담금도 765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이 5년 동안 낸 부담금을 합치면 3조1253억원에 이른다.

최근 사업을 확장해온 쿠팡은 2017년부터 10위권에 들기 시작해 매년 거액의 부담금을 내고 있다. 쿠팡주식회사와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유한회사를 합쳐 5년간 장애인 고용 대신 135억원을 냈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홈플러스(163억원)와 이마트(82억원)도 5년 내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대표적 식품 기업인 농심(58억원)과 대상(53억원), 소비자들에게 착한 기업으로 인식돼 ‘갓뚜기’라 불리는 오뚜기(50억원)도 5년 동안 100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밖에 코웨이(55억원), 아성다이소(49억원), 코스트코코리아(34억원) 등 렌털·유통·식품 기업들도 부담금을 냈다.

공공기관 중 서울대병원은 매년 10위권에 들었다. 지난 5년 동안 124억원의 부담금을 냈다. 경북대병원도 5년 내내 이름을 올려 총 41억원을 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방과학연구소,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도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해 새로 100위 안에 올라온 공공기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충남대병원, 한국전력이었다. 다수 공공기관들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켰는지 심사하는 연말에만 단기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꼼수를 쓴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학이 속한 학교법인도 장애인 고용의무를 돈으로 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5년 내내 100위 안에 든 학교법인만 10개다. 연세대를 비롯해 일송학원(한림대·105억원), 고려중앙학원(고려대·102억원), 한양학원(한양대·81억원), 인제학원(인제대·71억원) 등이 100위 안에 포함됐다.

시중은행 대부분도 높은 순위에 포진했다. 4위 KB국민은행에 이어 6위 하나은행(191억원), 8위 우리은행(180억원), 9위 신한은행(171억원) 등 10위 안에 은행만 4곳이 있다. 그 밖에 13위 NH농협은행(117억원), 36위 씨티은행(62억원), 42위 SC은행(56억원)으로 대부분 시중은행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방기하고 있었다.

로펌 중에는 유일하게 김앤장법률사무소가 5년 동안 부담금 44억원을 냈다.

노 의원은 “기업들은 규모가 클수록 의무고용 인원이 많다고 하소연하지만, 현대차나 SK하이닉스 같은 큰 회사도 최근 장애인 채용을 늘려가는 걸 보면 결국 기업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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