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 별세

57년 동업 허씨 일가와 ‘아름다운 이별’…가족 계열 분리도 ‘잡음’ 없어

이윤주 기자

‘인화’ 앞세운 가풍 주목

2013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서 구본무 회장(오른쪽)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3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서 구본무 회장(오른쪽)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허씨 일가와의 ‘아름다운 이별’, 잡음 없이 4대까지 이어진 ‘장자승계’ 원칙 등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인화를 앞세운 LG가문의 가풍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2005년 고인이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일절 잡음이나 분란 없이 허씨 일가와의 계열분리를 단행했던 일이다. 한 집안에서도 ‘형제의 난’이 심심찮게 불거지는 국내 재벌에서 두 가문이 60년 가까이 성공적 동업관계를 이어간 것은 한국 기업사에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양가의 동업은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사돈이던 만석꾼 허만정 회장이 사업자금을 대면서 자신의 셋째 아들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경영수업을 의뢰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2세대인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허준구 명예회장, 구본무 LG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에 이르기까지 57년간 3대에 걸쳐 유지돼왔다.

구·허 양가 동업관계는 LG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분할됐다. 사업연관성이 적은 전자·화학 중심의 제조업 부문과 정유·유통·홈쇼핑 등 에너지 및 정유 사업 부문을 분리하면서다.

구본무 회장은 2005년 GS그룹 출범식에도 직접 참석해 “지난 반세기 동안 LG와 GS는 한 가족으로 지내며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함께 이겨내고 우뚝 설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긴밀한 유대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일등 기업을 향한 좋은 동반자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 계열분리 전까지 구 회장은 중요한 경영사항을 보고받을 때 허창수 회장과 자리를 같이하는 등 동업자로서 예우했다. 허 회장도 구 회장과 함께 현장을 방문할 때는 한발 뒤에서 동행하는 등 배려심을 보였다.

대를 이어 내려온 승계 과정에서도 장자승계 전통을 고수하면서 경영권 갈등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유교적 가풍이 이어졌다. 경영에 관여했던 삼촌 등은 물론이고 동업관계에 있던 허씨 집안도 소리 없이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함으로써 ‘총수 옹립’에 힘을 실었다.

구본무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에도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그룹 내 유통 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구자경 명예회장의 두 형제는 즉각 LG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조카에게 길을 열어줬다. 이후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분류되던 LG상사의 최대주주였던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 구자승 사장 일가는 패션 사업부문을 떼어내 LG패션(현 LF)으로 분가했고, 자학·자두·자극 형제 일가도 모두 계열분리하거나 다른 사업을 차렸다.

이번에도 고인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로의 승계를 결정하면서 지금껏 그룹 경영을 맡았던 삼촌인 구본준 (주)LG 부회장도 ‘장자승계·형제퇴진’ 원칙에 따라 예외 없이 향후 독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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