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회사 눈치…“붙어 있어야죠”

뉴욕 | 유희진기자

재취업한 코그네티 ‘침체기의 지혜’ 강조
뒷모습 촬영도 거절…연방 찬물 들이켜

코그네티를 만난 곳은 뉴욕 42번가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시간은 오후 5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정신이 멍할 정도였다. 사람들 틈을 뚫고 터미널 한구석에 위치한 미니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얀 얼굴에 갈색 머리, 푸른 빛이 감도는 눈동자의 그는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다”며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코그네티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서 “너무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안 된다”고 사전에 주의를 받아뒀던 터였다. 그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의 중간이름(미들네임) 외엔 모든 정보를 숨겨달라고 했다. 뒷모습이라도 찍으면 안 되겠냐는 요청에 그는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사에서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거든요. 누가 알아보면 어떡해요. 혹시라도 문제될 수 있는 것은 안하고 싶네요. 한 번 해고된 것에 대한 후유증이 큰가봐요. 너무 소심해졌어요.”

경기가 어려울 때 재취업을 했기 때문에 이래저래 회사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뿐이에요. 이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침체기를 사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이 회사에서 절대 해고되지 않는 것이 그 지혜 가운데 하나겠죠.”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는 연방 속이 타는지 계속해서 찬물을 들이켰다. 블랙베리(휴대전화)를 꼭 움켜진 손은 마치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 연락올 데가 있나봐요”라고 묻는 기자에게 그는 검정색 블랙베리폰을 들여다보이며 “한때 월가에서 세일즈를 할 때는 블랙베리로 e메일을 확인하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었거든요. 언제, 어디에 있든 수시로 확인을 했어요. 그 습관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이 직업병도 사라지지 않겠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처음 맞는 최악의 경제위기 한가운데 있는 코그네티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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