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릴 때 탄소배출 살펴보니···아이오닉5 89g·넥쏘 103g

주영재 기자

전기차·수소차도 탄소배출 ‘0’ 아냐… 배출규제 충족하려면 재생에너지 확보 크게 늘려야

1㎞당 59g. 유럽연합이 2019년 4월 제시한 2030년 신차(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다. 유럽연합은 지난해부터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기존 ㎞당 130g에서 95g으로 낮췄다. 2025년에는 이 기준이 ㎞당 81g으로, 2030년에는 59g으로 강화된다. 올해부터 등록 차량 1대당 이 기준을 1g 초과할 때마다 95유로(약 13만원)의 과징금(프리미엄)을 부과한다.

온실가스 배출규제 때문에 다임러 최고경영자는 2025년 이후 내연차 등록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2030년으로 제시했던 내연차 판매 종료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2030년까지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24%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당 97g이었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89g으로 낮추며, 2030년에는 70g으로 줄일 계획이다.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관련 규칙에 따라 2025년부터 자동차 제조사는 제품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하는 방법인 ‘전과정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에 기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배출규제가 단순히 운행 중 배출가스만이 아니라 자동차 생산, 이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관람객들이 지난 6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차 엑스포 ‘xEV 트렌드 코리아’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관람객들이 지난 6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차 엑스포 ‘xEV 트렌드 코리아’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이브리드차도 EU 2030기준치 2.6배 초과

배출가스 규제를 선도하는 유럽연합의 기준에서 볼 때 현시점에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자동차는 이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을까. 탄소발자국 산정과 전 과정 평가 전문가인 김익 스마트에코 대표에게 자문해 살펴봤다.

김익 대표는 우리나라 자동차의 유럽연합 2030년 기준치 달성도를 분석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국내 저탄소 제품 인증 차량 3종(소나타 하이브리드, K5 하이브리드, 소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을 분석했다. 이들 차량을 12만㎞ 주행하는 것으로 가정한 상황에서 운행 중일 때 약 14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전 과정에서 18.5t이 배출됐다. 유럽연합의 2030년 기준치(㎞당 59g)로 비교해보면 위 차량 3종은 운행 중일 때 평균 1.9배 초과한 ㎞당 약 115g을 배출했다. 전 과정 평가 때는 2.6배 초과한 ㎞당 약 153g을 배출한다. 유럽연합의 2020년 기준(㎞당 95g)도 충족 못 하는 수준이다.

친환경차로 분류가 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황이 이렇다면, 내연차는 더 볼 것도 없다. 실제 소나타의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31g(복합)이다. 김 대표는 “이들 자동차가 유럽의 규제를 만족하려면 지금보다 에너지 효율을 2.5배 이상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조건 전기차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로 가면 상황은 어느 정도 개선될까.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을 파악하려면 전비(연비)와 온실가스 배출계수 혹은 탄소배출계수를 알아야 한다. 전비는 전기차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전력 1㎾h당 주행거리를 뜻한다.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전력 1㎾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전력거래소가 작성해 환경부 산하 국가온실가스정보센터가 공인하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2018년 기준으로 457g이다. 이는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으로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 여러 온실가스의 지구온난화 효과를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평가한 수치이다.

하나 더 고려할 개념은 범위를 뜻하는 ‘스코프(scope)’이다.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방식은 가치사슬 범위를 확장함에 따라 3가지 스코프로 나눌 수 있다. 자동차나 사업장 등 현장에서 연료를 사용하면서 직접 배출하는 경우를 스코프1이라고 한다. 이는 사용자가 통제할 수 있어서 ‘통제 가능한 직접 배출’로 본다. 사업장에서 전기를 쓰면 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가 간접 배출되지만, 사용자가 전기 사용량을 통제할 수 있어 ‘통제 가능한 간접 배출’이다. 이를 스코프2에 넣는다. 제품을 만들 때 협력사가 사용한 연료나 전기는 통제할 수 없다. ‘통제 불가능한 간접 배출’은 스코프3으로 부른다. 이는 밸류체인을 따라 발생하는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을 포함한다.

1㎞ 달릴 때 탄소배출 살펴보니···아이오닉5 89g·넥쏘 103g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김익 스마트에코 대표 집계 자료, 전기차·수소차 등은 공개된 연비 자료를 토대로 경향신문이 계산. 전기차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457gCOE/㎾h) 적용. 수소차의 경우 수소 1t 생산 시 10t의 이산화탄소 배출 가정. 전 과정 평가 정보 미비로 운행 중 온실가스 배출량만 계산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김익 스마트에코 대표 집계 자료, 전기차·수소차 등은 공개된 연비 자료를 토대로 경향신문이 계산. 전기차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457gCOE/㎾h) 적용. 수소차의 경우 수소 1t 생산 시 10t의 이산화탄소 배출 가정. 전 과정 평가 정보 미비로 운행 중 온실가스 배출량만 계산

전기차도, 수소차도 아직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한다

전기차의 경우 탄소배출이 없다고 말한다면, 바로 스코프1의 기준에서 없다는 뜻이다. 자동차를 만들고, 전기를 만들 때도 탄소는 배출된다. 그런 점에서 전기차의 탄소배출을 ‘제로(0)’라고 표현하면 환경오염 사실을 위장한 ‘그린워싱’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스코프3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규제가 가고 있고,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규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가온실가스정보센터가 고시한 457g은 스코프2까지를 포함한다. 스코프3까지 포함한다면, 발전소가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만이 아니라 그 연료를 채굴해 가공하고 생산하는 과정,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도 들어간다. 김 대표는 이렇게 스코프3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 전력 생산의 탄소배출계수는 691g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전기차 모델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해보자.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의 연비는 ㎾h당 4.3㎞(스탠다드 레인지·복합)이다. 1㎾h의 전기로 4.3㎞를 달린다는 의미이다. 스코프3 기준 탄소배출계수를 적용하면 1㎞를 주행할 때 약 160g(691/4.3)의 온실가스가 나온다. 국가온실가스정보센터가 고시한 기준을 적용하면 106.2g이다. 최근 인기 있는 모델3(㎾h당 6.1㎞), 모델Y(㎾h당 5.6㎞)의 경우 1㎞를 주행할 때 스코프3을 기준으로 하면 각각 113.2g, 123.3g이 나온다. 국가 탄소배출계수를 기준으로 하면, 각각 74.9g, 81.6g이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5(롱레인지 2WD 익스클루시브·복합)의 경우 연비가 ㎾h당 5.1㎞다. 스코프3 기준 135.4g, 국가 탄소배출계수 기준 89.6g이다. 기아차가 이달 출시하는 전기차 EV6(롱레인지 에어 2WD·복합)의 연비는 ㎾h당 5.4㎞다. 이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스코프3 기준 127.9g, 국가 탄소배출계수 기준 84.6g이다. 벤츠가 출시하는 전기차 EQA 250의 경우 국내 연비 인증이 진행 중이다. 벤츠의 영문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치로는 ㎾h당 6.3㎞이다. 이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스코프3 기준 109.6g, 국가 탄소배출계수 기준 72.5g이다.

수소차도 주행 중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고 하지만 수소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든 경우(그린수소)라면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 하지만 천연가스를 개질해 생산하는 ‘개질수소’나 정유공정의 나프타 분해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 경우 수소 1t을 생산하는 데 10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넥쏘(17인치 타이어·복합)는 수소 1㎏으로 96.2㎞를 간다. 수소 1㎏을 만드는 데 10㎏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면, 넥쏘로 1㎞를 달릴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3.9g이다. 현대차의 넥쏘 홈페이지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으로 표시되는데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린워싱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스위스에서 종합 누적 거리 100만㎞를 돌파했다고 7월 2일 밝혔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스위스에서 종합 누적 거리 100만㎞를 돌파했다고 7월 2일 밝혔다. 현대차 제공

전기차가 기준 충족할 유일한 길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기차나 수소차는 내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차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단계에서의 전기차나 수소차가 월등한 친환경차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전기를 대부분 화석연료를 태워 얻고 수소도 개질·부생수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유럽연합의 2030년 기준 배출가스 규제를 통과할 수도 없다. 물론 같은 모델의 전기차라도 유럽에서 운행할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높아 국내에 비해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차와 달리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어느 만큼 생산하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배출량이 변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는 점에서 전기차는 장점이 크다. 가솔린 엔진은 열효율이 최신 친환경차라고 해도 35% 정도이다. 디젤 엔진도 45% 정도이다. 마찰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고, 연소로 발생한 열의 대부분을 그냥 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모터는 전력의 90% 이상을 구동력으로 변환한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효율이 높다. 모터 구조도 단순하고 부품도 적어 배터리 수명만 연장되면 차량의 수명도 크게 늘릴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할 수만 있다면 전기차가 생애주기를 볼 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뜻이다.

각국이 온실가스 규제를 높이는 상황에서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 수출품의 수출길이 막히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탄소배출계수를 낮춰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6월 23일 심의에 들어간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율을 2018년 6.2%에서 2050년 62.3%로 확대한다. 김 대표가 이 시나리오에 따라 스코프3 기준으로 전력 1㎾h당 탄소배출계수를 산출한 결과 2050년 147g으로 2018년에서 78.7%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이 정도 규모로 탄소배출계수가 낮아지면 전기차의 1㎞ 주행거리 당 탄소배출량은 아이오닉5의 경우 28.8g으로 크게 줄어든다. 글로벌 배출규제를 통과하려면 이동수단의 전기화와 함께 깨끗한 전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김 대표는 “과거엔 전기차의 전비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앞으로 전비가 높아지고, 탄소중립 선언으로 배출계수를 낮추면 결국 전기차가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수소차는 아직 그린수소로 가기엔 경제성의 문제가 있어 대형 트럭이나, 배, 비행기처럼 배터리로 대체하기 어려운 이동수단에 적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화력발전에 비해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선택지가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건 맞지만 사고 발생 시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원전을 사용하자는 사람의 생각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측면만 바라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과거 클린디젤도 온실가스를 낮추기 위해 도입했지만 10년도 안 돼서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게 밝혀져 친환경 차에서 빠졌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관점으로만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걸 생각하는 게 전 과정 사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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