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왜 거듭 사과를 해야 했나

조미덥 기자
경향신문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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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정보기술(IT) 플랫폼 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특히 카카오는 국내 시가총액 순위가 지난해 9위에서 5위로 뛰어오르고,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동시에 골목상권 침해, 스톡옵션 대량 매도 등 문제가 불거지며 큰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는 흐름에서 플랫폼 독과점 이슈를 헤쳐갈 과제를 안고 2022년을 맞게 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는 ‘플랫폼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플랫폼 업체에 비판이 집중됐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3번이나 증인으로 국감장에 서야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자회사의 새로운 사업들이 기존 업계의 중소사업자들과 충돌하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8월 택시 스마트호출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0원~5000원의 탄력요금제로 바꿨다가 사실상 택시 요금 인상이라는 비판에 부딪혀 철회했다.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월 9만9000원의 프로멤버십 요금제를 신설한 것도 택시기사들의 반발을 샀다. 택시기사들은 카카오 직영·가맹택시에 승객호출(콜)을 몰아준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밖에 대리운전과 헤어샵, 꽃·간식 배달 중개, 스크린골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 의장은 국감에서 “자회사들의 성장에 취해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지 못한 것에 대해 통렬히 반성했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기업으로써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는 이후 프로멤버십 요금제 가격을 낮추고 대리운전 업체 인수를 포기하는 등 상생안을 내놨다. 꽃·간식 배달 서비스에서도 철수했다. 헤어샵은 철수로 가닥을 잡았다가 투자사와 입점 업체의 반발로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카카오는 또 청각장애인, 여성, 청년을 위한 일자리 1000개 창출,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도 약속했다. 웹툰·웹소설 선투자 작품에 대한 정산분을 최소 5% 보장하는 등 작가 처우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국감에서 카카오의 문제를 지적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네이버는 2010년대 초에 이미 골목상권 침해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요즘은 하는 사업마다 SME(중소상공인)와의 상생을 강조하는데, 카카오는 이제야 그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 연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로 ‘먹튀’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10일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 44만주(900억원 정도로 추정)를 한 번에 매각하면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카카오 내부의 한 인사는 골목상권 침해와 스톡옵션 논란이 연결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카카오가 몇년 전부터 수익을 크게 내기 시작하면서 수익만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면서 “특히 경영진들은 스톡옵션의 ‘맛’을 보면서 우리가 하는 사업의 공적인 의미에 대해 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강해진 해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빅테크 저격수인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취임해 강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럽도 미국 중심 플랫폼의 장악에 맞서 소비자를 보호할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입법 추진되고 있다. 외국 대형 플랫폼과의 역차별 논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주도권 다툼으로 논의가 정체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대선 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플랫폼은 시장을 만드는 것인데 시장을 만드는 심판 역할에 주력할 지, 선수로 뛸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자신이 선수로 뛴다면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커머스 등은 서로 다른 회사이므로 서로 이해 관계가 상충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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