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파업 20일째···설 택배대란 오나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파업이 20일째를 맞으면서 설연휴 택배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택배노조가 17일 오후 1시까지 사측과의 대화 통로를 열어두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사태 해결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은 아직까지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택배노조가 지난달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것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마련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상된 택배요금을 택배기사에게 공정하게 분배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회적 합의 시행에도 여전히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택배노조는 “택배요금 인상분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아닌 영업이익으로 가지고 가는 행태를 조사해야 한다”면서 “분류작업 역시 돈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의 입장은 다르다. 택배비 인상분의 절반 정도를 기사 수수료로 배분하고 있으며 새해부터 5500명 이상의 분류지원 인력을 투입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노조가 일방적으로 이유도 없이 파업에 들어간 만큼 합의점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단체 단식투쟁 인원을 11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고, 18일부터는 각 택배사에 택배 접수 중단을 요구해 모든 조합원이 서울에 집결해 집회를 열겠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다만 택배노조는 사측에 17일 오후 1시까지 대화할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설연휴 이전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여당도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별도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설 성수기를 앞두고 17일부터 연례적인 택배 특별관리에 들어가 1만여명의 추가인력을 투입, 설 배송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 참여 노조원이 많은 경기 성남시 등을 중심으로 배송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들은 추가 비용을 내면서 다른 택배사로 물건을 옮기고 있지만 다른 택배사들도 물량이 많아지면서 CJ대한통운의 택배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나와 판매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체국이 최근 CJ대한통운 파업 참여 노조원이 많은 경인과 부산, 충청권의 일부 지역에서 계약소포 접수를 중단함에 따라 일부 판매자들이 이미 주문이 접수된 물량에 대해서도 판매 취소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설연휴 택배 성수기를 앞두고 택배난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총파업 초반에만 하루 40만개 택배가 배송에 차질을 빚었는 데다 설연휴에는 택배 물량이 평상시 대비 50% 이상 급증하기 때문이다.

택배노조가 사측과의 대화 창구를 다시 열고 정부에 해결을 요청한 것을 보면 설연휴 파업에 대한 싸늘한 국민 여론을 의식해 적절한 시점에 총파업을 철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