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영향은
과거 세 번 한·미 금리 역전
평균 지속기간은 2년 안팎
미·중 모두 경기둔화 속
달러화 강세가 주요 변수
전문가들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자체보다도 향후 전 세계 경기둔화, 물가 및 달러화 흐름 등의 요인이 한국 경제에 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긴축 가속화로 선진국, 신흥국 할 것 없이 경기둔화가 나타날 경우 국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의 자료를 보면 과거 한·미 금리 역전 당시에도 외국인 투자가들은 원화 채권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자금이 순유입됐다. 27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국내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이 나타 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한 바여서 큰 충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금리 인상 효과가 물가나 경기에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이 나타난 것은 총 3번으로, 1기(1999년 6월~2001년 3월), 2기(2005년 8월~2007년 9월), 3기(2018년 3월~2020년 2월)로 구분된다. 금리 역전 지속기간은 평균 2년 내외, 평균 금리 역전폭은 0.6~0.9%포인트, 최대 역전폭은 1.0~1.5%포인트 수준이었다. 한은은 “과거 3차례 한·미 정책금리 역전기 모두 외국인 자금은 순유입을 나타냈다”면서 “우리나라의 자본유출은 모두 한·미 금리 역전이 아니라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로 전이되면서 촉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본부장은 “해외 중앙은행, 연기금 등은 미국 국채 투자 등 달러화 자산 투자 외에 운영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우량한 신용등급의 원화 채권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급격한 포트폴리오 전환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한·미 금리 역전보다는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전 세계 경기둔화, 향후 원·달러 환율의 향방 등이 한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는 수출은 하반기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 등이 모두 경기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어 수출 경기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도 국내 물가, 무역수지에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무역수지 적자를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 연준의 긴축은 시장에서 이미 어느 정도 선반영된 상태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으로 유럽의 경기침체가 심해질 경우 유로화 가치는 더 떨어지고, 달러화는 강세 압력을 받으면서 연쇄적으로 원화도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통화 약세가 심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이 부각돼 자금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준경 교수는 “앞으로 금리 인상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느냐, 공급망 문제가 얼마나 안정되는지에 따라 시장 민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