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소통 않고 정부안 ‘불쑥’…2년차 추경호 ‘정책 조율’ 시험대

이창준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예산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예산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2년차를 맞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수장으로서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재선 의원으로 ‘협치의 적임자’란 기대를 모았으나 처음 내놓은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이 거대 야당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낭패를 겪고, 추진하는 정책도 불발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기재부가 내놓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 방안에 대한 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기재부는 지난 3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 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5%까지(투자 증가분은 10%포인트 추가 공제) 올리겠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에 마련한 조치다.

정부, 반도체 등 세액공제 확대안
여야 사전 조율 없이 일방 제시

여야는 불과 열흘 전인 지난달 23일 반도체 대기업 투자 세액공제율을 8%까지 올리겠다는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기재부가 급히 추가 감세안을 내놓았는데, 기재부는 이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추가 감세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계돼 거대 야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마련한 안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제시했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 10%보다도 감세폭이 훨씬 크다.

김종옥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야 간 합의된 사안에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추가 공제안을 내놓은 것은 아쉽다”며 “정부안을 발표하기 전에 국회에 사전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의를 구하는 등 정지작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도 야당과 잇단 불협화음
‘협치 적임’ 취임 초 기대 못 미쳐

기재부와 국회의 대화 부재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불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추 부총리는 올해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 과정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를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여당은 1%포인트 인하에 야당과 합의한 바 있다.

기재부가 재정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강하게 반대했던 지역화폐와 경로당 난방비 국고 보조도 여야 합의 속에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 추 부총리가 취임 당시부터 강조했던 재정준칙 도입은 국회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추 부총리가 이 같은 실패를 겪고도 여전히 국회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추 부총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세액공제안이 야당과 조율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런 정책을 하면서 어떻게 야당과 협의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추가적인 법인세 인하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22대 국회에서 (의석) 여건이 좋아지면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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