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지원’ 중산층까지? 취약층 사각지대 100만 가구 지원 시급

박상영 기자
전국이 난방비 대란을 겪고 있는 3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 건물 외벽에 전기 계량기가 보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전국이 난방비 대란을 겪고 있는 3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 건물 외벽에 전기 계량기가 보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최근 연이은 한파로 난방비가 급등하자 취약계층은 물론 중산층 가정까지도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특히 1월 난방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음달 청구될 명세서에 더 큰 ‘난방비 폭탄’이 예고되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회성 지원보다 취약계층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면서 설비 개선 등 근본대책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3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난방비 지원 대상과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 정부가 에너지바우처(이용권) 지원 단가와 취약계층 가스요금 할인 폭을 2배 확대했지만, 난방비 부담이 커진 것을 감안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난방비는 가파르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난방비(지역난방·중앙난방 기준)는 2021년 12월 334원에서 지난해 12월 514원으로 53.9%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년 새 실질적으로 민수용(주택용·영업용) 가스요금 자체가 1.5배 이상 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중산층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경우 선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기존 사회보장시스템을 활용해도 난방비 부담이 큰 중산층은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을 넘어, 중산층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원 확보도 문제다. 만약 정부 재정 투입 없이 가스요금 할인 대상자를 확대하면 가스공사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취약계층 가스요금 할인 확대도 가스공사가 자체 부담했다.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를 높이는 데 투입된 1800억원 중 1000억원은 예비비로 조달하고, 나머지 800억원도 이미 편성된 예산을 당겨썼다. 만약 가스요금 할인 폭 확대에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면 예비비를 넘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난방비 지원 확대 방안 검토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기후환경단체인 플랜 1.5 윤세종 변호사는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난방비를 지원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에서도 고효율 난방기기로 교체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주택의 단열 성능 높이기도 필요하다. 산업부 다른 당국자는 “난방비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난 주택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다”며 “열효율이 높은 설비로 교체를 지원하는 것이 현금 지원보다 오히려 부담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취약계층 지원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도시가스 요금 할인 대상자임에도 감면 혜택을 못 받은 취약계층은 지난해 41만2139가구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전기요금을 할인받지 못한 가구도 42만330가구나 됐다. 에너지바우처도 2021년 신청 대상 중 5만5323가구가 혜택을 받지 못했다. 현재 에너지 빈곤층 규모는 약 200만 가구로 추정되며, 최근 난방비 지원 대상(118만 가구)에서 약 80만 가구가 빠진 셈이다.

여기에 민간 지역난방 임대주택 가구 중 가스요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가구도 연평균 10만 가구가 넘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9~2021년 난방비 감면 대상이지만 감면을 받지 못한 지역난방 임대주택 가구는 31만1859가구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9년 9만3513가구(23.6%) 2020년 10만7588가구(25.2%) 2021년 11만758가구(24.2%)로, 연평균 10만 가구에 달했다.

정부도 일단 서민계층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쪽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난방비 추가 지원과 관련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이 아닌 분들과 차상위계층(잠재적 빈곤층)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을 빠른 시일 내에 관계부처에서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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