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급증, 역대 최고…삶 만족도 OECD 하위권

통계청 ‘2022 국민 보고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아동학대 피해가 늘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졌다. 고립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전보다 많아졌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삶의 만족도(2019~2021년 평균)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집계됐다. OECD 38개국 가운데 36위로 한국보다 삶의 만족도 점수가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4.7점)와 콜롬비아(5.8점) 2곳뿐이었다.

저소득층의 삶의 만족도는 평균보다 낮았다. 사회통합실태조사를 통해 2021년 연간 기준으로 집계한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6.3점(11점 척도)이었는데,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삶의 만족도는 5.5점으로 전체 평균치를 밑돌았다. 월 소득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의 만족도 점수도 6.0점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가족·공동체 영역을 나타내는 지표는 흔들렸다. 신체·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27.7%)보다 6.4%포인트 늘었다.

독거노인(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혼자 거주) 비율은 지난해 20.8%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독거노인은 노인인구 중에서도 정신건강이 매우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함께 사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더 많이 느낀다.

자살률 통계에서도 고령층의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021년 기준 26.0명으로 전년보다 0.3명 늘었다. 특히 70대(41.8명)부터는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40명을 넘었고, 80세 이상에서는 61.3명으로 급증했다. 남자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살률이 높게 나타난 반면, 여자는 70세 이상을 제외하면 20~30대에서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다.

눈에 띄는 지표는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이다. 2021년 만 0∼17세 아동·청소년 가운데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10만명당 502.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401.6명에서 급증한 수치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13년 72.5명 이후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아동학대 사건들은 감춰진 사례들이 많고 신고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구조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기에 악화했던 주요 지표인 비만율과 1인당 여행일수 등은 일상회복과 함께 소폭 개선됐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했다. 비만율의 경우 2019년 33.8%에서 2020년 38.3%로 늘었다가 37.1%(2021년)로 떨어졌다. 1인당 여행일수는 코로나 이전 10.01일(2019년)에서 5.81일까지 떨어졌다가 6.58일(2021년)로 개선됐다. 사람의 주관적 신뢰도를 평가하는 대인 신뢰도 역시 2021년 59.3%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용 상황은 개선세를 보였다. 지난해 고용률은 62.1%로 전년대비 1.6% 포인트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