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 '성공 공식'은 있을까…94건 전수 분석

황경상 · 조형국 · 김유진 기자 · 이수민 인턴기자
[다이브]공모주 투자 '성공 공식'은 있을까…94건 전수 분석

새롭게 주식 시장에 올라오는 기업의 주가는 얼마가 적당할까요? 아직 사고판 적이 없으니 기업가치가 얼마냐 되느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신규 상장 기업의 적정 가치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최근 상장을 앞두고 ‘거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크래프톤은 최초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주당 공모 희망가를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크래프톤이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을 비교 기업으로 삼았던 터라 ‘무리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신고서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산정 근거를 보완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점에서 공모가를 낮추라고 유도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1일 공모 희망가를 10% 가량 낮춘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공모가가 높으면 기업은 신규 발행 주식을 팔아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본을 더 확보할 수 있고, 기존 주주들은 자신이 가진 주식을 내놓아 파는 구주매출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가치가 부풀려져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면 상장 후 주가가 내려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대어급’으로 기대를 모았던 종목들도 현재는 상장 당일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공모가는 적정한 수준에서 매겨지고 있는 것일까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지표에 주목하고 또 주의해야 할까요?

지난해 1월 이후 코스피·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94개 기업의 주가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나 부동산투자회사(리츠), 주식예탁증권(외국기업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증권) 등은 제외했습니다. 현재가는 7월 1일 종가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상장 이후 추이를 가늠하기 위한 하나의 지표일 뿐, 당일 주가와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주가 자료는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참고했습니다.

■ ‘따상’은 당연한 일 아냐… 이상 현상에 가까워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공모주의 ‘따상’입니다. ‘따상’은 상장 당일 공모가 2배의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승 제한폭(30%)까지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은어입니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따상’을 바라고 공모주 시장에 뛰어들지만, 기업가치 평가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따상’ 자체가 이상 현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이 상장을 준비할 때는 경쟁사의 주가 등을 비교해 평가가액을 산출하고 여기에 일정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가격 밴드(범위)를 제시합니다. 이후 수요 예측을 통해 최종 공모가액을 결정합니다. 94개 기업의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 종가를 비교해 보니 평균 66.6%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모가 대비 현재가를 비교해보면 평균 56.3% 정도 상승했습니다. ‘따상’이 되려면 상장 당일 160%가 올라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인 셈입니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편차는 큽니다. 신규 상장한 94개 기업 중 상장 직후 ‘따상’에 도달한 기업은 15곳(16%)이었습니다. 공모가보다 상장일 종가가 낮은 종목도 15개(16%)가 있었습니다. 역대 최고 청약증거금이 몰리면서 관심을 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따상’에 실패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실망했지만, 현재 주가만으로 보면 상장일 종가 대비 20.7% 올라 있습니다. 반면 ‘따상’을 기록한 종목 중 상장일 종가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기업도 3곳(20%)이 있었습니다. ‘따상’ 주가가 정상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상장일에 공모가보다 시초가가 아래로 형성된 경우는 94개 중 한 종목도 없었지만, 시초가보다 상장일 종가가 내린 경우는 52건(55.3%)으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시초가 대비 현재가를 따져 봐도 상승한 종목(34%)보다 하락한 종목(66%)이 더 많았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적정한 주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당일 장이 개시되자마자 시초가에 파는 경우가 많은데, 데이터를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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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업 4곳 중 1곳은 상장 당일 기록한 최고가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22개(23.4%) 기업이 상장 직후 정점을 찍은 후 우하향 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상장 당일 최고가를 찍은 SK바이오사이언스(16만9000원), 교촌에프앤비(2만1150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첫날 반짝인기로 상승한 주가가 유지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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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일 종가를 뚫고 2배 이상 주가가 상승한 적 있는 공모주는 12개였습니다. 지난해 9월 3만 원으로 시작해 상장 당일 1만650원으로 고꾸라졌던 박셀바이오는 올해 1월 26만9500원 최고가를 찍고 최근 9만 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최고가 이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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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는 4월 이후 시장 상황이 좋았고 하반기에는 코스피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15곳의 ‘따상’ 기업들 중 13곳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 사이에 몰려 있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합니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신규 상장한 기업의 1개월 후 등락률을 보면 평균 61.5%였고, 3개월 후 등락률은 평균 67.4%였습니다. 반면 대체로 코스피가 박스권을 유지했던 2019년에 신규 상장한 종목들은 1개월 후 등락률이 14.7%, 3개월 후 등락률이 19.4%에 그쳤습니다.

■ 공모주 투자 ‘성공 공식’은 있을까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를 예측할 수 있을 만한 지표가 있을까요. 우선 상장 당일 등락률과 다른 지표들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봤습니다. 당일 등락률은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따상’과도 관련이 높습니다. 이 지표와 다른 지표들 간의 피어슨 상관계수를 추출해 봤습니다. 두 지표 간의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우면 동반 상승을 보인다는 뜻이고, 0에 가까우면 상관이 없고, -1에 가까우면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쪽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출해 보니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과 상관계수가 0.45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무보유를 약속한 기관 투자자 비율이 높은 공모주들이 대체로 당일 주가 상승 폭이 높았다는 뜻입니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85.3%로 가장 높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따상’을 찍었습니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 상위 20개 기업 중 절반 가까운 8곳이 ‘따상’이었습니다. 단, 상관계수가 높다는 것이 인과관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비율이 높다고 반드시 당일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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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보유 확약은 공모주를 배정받는 기관 투자자가 일정 기간(15일·1개월·3개월·6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약속을 의미합니다.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관에는 관례적으로 가점을 줍니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높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주가 흐름이 좋을 것이라 예상하고, 일정 기간 투자금이 묶이는 것을 감수한 기관 투자자가 많았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미확약 비율이 높았다면 그만큼 리스크를 감수할 투자자들이 적었다는 뜻도 됩니다. 94개 전체 기업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 평균은 25.9%였습니다.

단기성 ‘투기’에 가까운 당일 등락률보다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투자의 성패를 살펴볼 수 있는 공모가 대비 현재가의 등락률은 어떨까요. 역시 이와 상관관계가 높았던 것도 의무보유 확약 비율로 0.29의 상관계수를 나타냈습니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그동안에도 공모주 투자에서 주요한 지표로 여겨져 왔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이후 제출하는 증권신고서부터 기관 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기간 수요예측 결과를 유형별로 분류해 기재하도록 관련 서식을 개정했습니다. 앞으로는 ‘개미’ 투자자들이 보다 상세히 기관 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비율을 투자에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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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당일 등락률과 상관관계가 높았던 또 다른 지수는 청약경쟁률로 상관계수가 0.52이었습니다. 청약경쟁률이 높은 상위 기업 20곳 중 ‘따상’ 기업은 6곳이었습니다. 반면 청약경쟁률이 낮은 하위 기업 20곳 중 ‘따상’ 기업은 1곳에 그쳤습니다. 투자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 대체로 ‘따상’에 근접했다는 의미입니다. ‘따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느 정도 공모주 혹은 주식 ‘열풍’에 기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장일의 높은 관심이 지속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2000:1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12개 기업들도 공모가 대비 최근 주가가 들쭉날쭉했습니다. 지난 3월 상장 시 경쟁률이 2342:1이었던 자이언트스텝은 현재가가 5만7800원으로 공모가(1만1000원)의 5배 이상 올랐습니다. 반면 지난 4월 경쟁률 2573:1로 높은 관심을 받았던 엔시스는 상장 당일 3만1400원까지 치고 올랐지만, 이후 꾸준히 떨어져 최근(1만9550원)에는 공모가로 수렴하는 중입니다.

그 밖에 상장 당일 주가 상승과 상관계수가 높았던 지표들은 주요 주주 지분율(0.25)이 있었습니다. 대주주 및 주요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 수를 의미하는데, 높을수록 유통물량이 적을 수밖에 없고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관계수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 공모가 수준은 적정하게 매겨지고 있는 걸까

신규 상장하는 공모주의 가격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평가가액에 할인율을 적용해 결정됩니다. 할인율을 낮추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고, 할인율을 높이면 ‘좋은 제품을 싸게 판다’는 메시지를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어 기업의 전략이 개입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싸게 내놓을수록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을까요?

평가가액 대비 공모가 할인율과 상장 당일 등락률은 오히려 음의 상관계수(-0.18)를 보였습니다. 공모가 대비 현재가의 등락률과 할인율의 관계도 살펴봤습니다. 상관계수가 -0.04로 거의 의미가 없었습니다. 공모가의 할인 수준은 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 ‘폭탄 세일’이 ‘매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평가가액을 40% 이상 깎아 최종 공모가를 결정한 10개 기업 중 ‘따상’에 도달한 곳은 소룩스 1곳이 유일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 평가된 주가와 기업공개 시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평가가액은 대체로 절반 정도만 맞았습니다. 상장 뒤 1개월 후 종가 기준으로 평가가액 대비 등락률이 -25%~25% 사이에 있는 종목이 50개(55.6%)였습니다. 오른 종목은 53.2%(1개월이 되지 않은 종목 제외)였지만, -50% 이하로 하락한 종목도 24개(26.7%)나 됐습니다. 평가가액과 현재가를 비교해봐도 -25%~25% 사이 종목이 56개(62.2%) 정도였습니다. -50% 이하로 하락한 종목도 21개(23.3%)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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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가액보다는 공모가가 더 현실적인 수치로 보입니다. 공모가 대비 현재가 등락률을 살펴보니 -25%~25% 사이에 있는 종목이 53개(56.4%)였고, -50% 이하로 하락한 종목은 4개(4.3%)에 불과했습니다. 한편 시초가 대비 현재가가 하락한 기업은 62곳(66%), 상장일 종가 대비 현재가가 하락한 기업은 58곳(61.7%)이었습니다. 상장 당일 형성된 시초가나 상장일 종가는 좀 더 과대평가 돼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 공모주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유일한 방법

업종별로 신규 상장된 살펴보면 제조업의 비율이 64.9%로 가장 많았고, 정보통신업(19.1%),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12.8%), 도소매업(2%) 순이었습니다. 제조업에는 전자 부품 제조업,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업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정보통신업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은 신약 개발 회사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 개발업이 들어가 있습니다.

상장 당일 등락률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이 76.8%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정보통신업이 76%, 제조업이 62.8%를 나타냈습니다. 공모가 대비 현재가 상승 폭 역시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이 73.8%로 가장 높았고 정보통신업 71%, 제조업 49%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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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는 크래프톤을 비롯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과 LG에너지솔루션 등 공모주 대어들이 잇달아 기업공개에 나서며 공모 시장을 향한 관심이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공모가 희망범위(밴드)를 낮춘 크래프톤은 ‘따상’에 도달할 수 있을지, 또 다른 관심 기업들은 어떨지 관심이 모아질 텐데요. 단기적 투기에 가까운 ‘따상’보다는 적정한 기업가치가 반영됐는지, 그 평가 구조는 어떤지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처럼 주가에 영향을 끼치는 수치들도 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것입니다.

기업공개와 주식 일반 공모는 기업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는 단순히 주식의 주인이 바뀌는 일에 가깝지만, 공모주 투자는 기업에 직접 돈을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기업이 투명하고 건전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더 큰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그것이 많은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고 다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이브(Dive)는 데이터(Data)의 세계 속으로 뛰어든다(Dive)는 의미로,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숨겨진 의미와 이야기를 찾아내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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