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치솟는데 한국은 왜?…기업 구조조정 나선 중국 영향 무시 못해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의 금융의 속살]미국 증시 치솟는데 한국은 왜?…기업 구조조정 나선 중국 영향 무시 못해

주식시장의 조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주말까지 9%대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무리 강한 강세장일지라도 주가가 조정 없이 오를 수는 없고, 고점 대비 10% 남짓의 하락은 늘 나타날 수 있는 통상적 조정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근의 주가 하락을 심각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 증시의 극심한 차별화이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9월의 짧은 조정을 끝내고, 10월 들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유럽 증시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 지난주 영국과 이탈리아 증시가 연중 최고치에 올라섰다. 반면 중국과 일본, 대만 등 우리와 이웃한 동아시아 증시들의 성과는 부진하다. 연중 최고치 대비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6.0%, 대만 가권지수가 -5.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3%의 조정세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본토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는 고점 대비 -26%나 급락했다.

대체로 구미권 증시의 성과가 좋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증시가 부진하다. 이런 주가 차별화에는 미국 내구재 소비의 정점 통과 가능성과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영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회복을 이끈 가장 중요한 축은 미국의 내구재 소비 급증이었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실업자는 많이 늘었지만, 대부분이 저임금 노동자들이어서 이들의 노동소득 감소는 재난지원금 등 정부로부터 받은 이전소득으로 거의 벌충이 됐다. 코로나로 인해 물리적 외부활동이 어려워지자 미국인들은 가전 등과 같은 내구재 지출을 늘렸다. 팬데믹 이후 미국인들의 내구재 소비는 연율화 기준 13.7% 증가했는데, 코로나 이전 5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은 3.2%였다. 대략 4년 동안 소비할 내구재를 1년 동안 구매한 것이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단숨에 살아났고, 동북아 제조업 강국들이 큰 수혜를 받았다.

이름에 내포돼 있는 것처럼 개별 내구재 소비는 빈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TV를 한번 바꾸면 10년 정도는 쓰듯이 말이다. 미국인들의 내구재 소비는 올해 4월을 정점으로 완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내구재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동북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은 투자의 비중이 매우 높고, 소비 비중은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2020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3.1%이고,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7%이다. 같은 기간 미국 GDP에서 투자와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1%와 70.5%였다. 중국은 투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제이고, 미국은 소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양국의 이런 차이는 요즘 글로벌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만일 중앙은행이 경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 정책을 고민한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은 당연히 민간소비의 과잉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고, 중국은 기업의 투자를 제어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불특정 다수인 민간소비에 영향을 주는 방법은 금리 인상 말고 다른 처방을 찾기 힘들기에 미국의 통상적인 통화정책 수단은 금리 조정이다.

중국은 기업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기업의 소유권이 지방정부 등에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긴축을 위한 처방은 직접적인 생산 구조조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과소비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금리 조정을 통해 대응하는 것보다 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가 중국 정부 당국자들의 눈 밖에 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는 ‘유령도시’(건설은 했지만 분양은 안 된 건축물로 이뤄진 도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경제적 자원이 매몰화되는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면서 에너지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을 중국 정부가 용인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중국은 생산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둔화될 여지가 크다. 또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과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경기도 함께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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