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닥친 ‘3대 리스크’, 새 정부 경제 공약 발목잡나

안광호·최희진·류인하 기자
눈앞에 닥친 ‘3대 리스크’, 새 정부 경제 공약 발목잡나

10여년 만에 4%대 고물가
‘50조 추경’ 돈 풀기 땐 상승 부채질

“규제 완화” 부동산 기대감
다주택자 혜택 신호에 시장 혼란

금리 상승에도 “대출 확대”
DSR 유지 땐 저소득자 효과 없어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50조 추경’과 ‘부동산세제·대출규제 완화’ 등 대표 공약들이 이행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대선 이후 한 달 만에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장기화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10여년 만에 4%대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물가 상승률이다. 부동산규제 완화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것도 부담이며 대출규제 완화는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있다.

물가와 부동산, 가계대출이 윤석열 정부의 ‘3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5일 발표되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여년 만에 4%대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제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1달러로, 2월 대비 20% 상승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선물가격(t당)은 지난해 말(283달러) 대비 33% 오른 377달러(3월30일 기준)에 거래됐다. 이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후에 거래가 이뤄지는 가격이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엔 빵과 라면 등 밥상물가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의 ‘50조 추경’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물가 상승률이 4%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풀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인수위 일각에서는 지난 2월 1차 추경의 16조9000억원을 제외한 35조원 규모를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공약을 불이행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락 안정세를 보이던 아파트값이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은 강남지역과 1기 신도시(일산 동구·서구)를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던 공약이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3월 넷째주(28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전국 기준 매매가격은 전주 하락(-0.01%)에서 보합(0.00%)으로 전환했다.

인수위는 “재건축 관련 규제 등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 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인수위가 내놓은 대책은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에 매물이 쏟아질 수 있도록 하려면 보유세는 현행 체제 그대로 유지하면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인수위 방향은 경제적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에게 진입로를 만들어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신용은 1862조원으로 1년 전보다 134조원(7.8%)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새 정부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잔액을 늘리면서 대출 확대 모드로 돌아섰다. 윤 당선인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80%로 올리고, 최초 구매가 아닌 경우엔 지역과 관계없이 LTV를 70%로 단일화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와 함께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와 관련, “현재로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중저소득자는 사실상 대출 확대 효과가 없어 불만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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