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금융위원장·검사 출신 금감원장 ‘기대 반, 우려 반’

유희곤 기자

“당국 간 견제 시너지 효과 날 것”
“경제 위기 상황에 왜 수사전문가”
금융권 ‘파격 조합’ 엇갈린 반응

규제혁신 강조한 김주현 내정자
“금산분리 원칙 개선 검토 시점”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소식이 전해진 7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합성어) 출신 ‘올드보이’의 귀환과 윤석열 대통령과 오랫동안 검찰에서 손발을 맞췄던 강성 검사의 파격 인사에 “경제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과 “금융당국 간 견제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 내정자(64·행시 25회)는 고승범 현 금융위원장(60)보다 행시 기수가 3기수 앞서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62)과 동기이다. 옛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고 금융위에서는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2015년 5월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끝으로 사실상 공직에서 물러난 후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냈고, 그동안 여신금융협회장을 맡아 왔다. 김 내정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기본 원칙도 보완이 필요하다면 그것까지 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기술 변화를 보면 과거의 금산분리 원칙 적용이 반드시 맞는지, 개선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임 원장(50·사법연수원 32기)은 검사 출신 첫 금감원장이다.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한 그는 지난 5월 의원면직되기 전까지 18년간 검사 생활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한 금융·경제 수사통이다. 그러나 ‘퍼펙트스톰’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전문가’가 아닌 ‘수사전문가’가 금융당국을 이끄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시장교란 행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하며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시켜 종국적으로는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 A씨는 “모피아 출신 금융위원장과 검사 출신 금감원장 간 얼마나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이 원장은 금융 분야 경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B씨도 “수사는 금감원 업무의 아주 일부분”이라며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리더십은 관련 내용을 알아야 가능한데 (검사 출신 인사는) 정통관료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 C씨는 “김 내정자의 경우 공직생활도 오래 했지만 민간에서 경험도 쌓은 만큼 금융산업 ‘규제’와 ‘진흥’이라는 금융위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 원장 등장으로 금융 분야 검사·조사와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의 수사가 활발해지고 검찰과 공조도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도 이 원장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금융당국 파견 경험이 있는 검사 D씨는 “과거 금감원장에 교수나 정치인이 임명됐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외부인이지만 공직에서 오랜 경험이 있고 경제·금융 수사에도 전문성이 있는 인사라면 금감원 조직을 쇄신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견 근무 경력이 있는 검사 E씨는 “금융위·금감원 업무는 경제관료에게 맡기는 게 제일 좋다”면서 “검사 출신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데 대한 우려가 검찰 내부에서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장으로 검사 출신이 기용된 데 긴장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융위가 금감원보다 상위 부처지만 이번에는 금감원이 더 무서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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