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과 2차전지의 부진은 굳건한 ‘흐름’…올라타야 실패 없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투자는 연애와 비슷하다. 수치가 좋은 기업이 무조건 투자자의 사랑을 받지는 않는다. 기업이 지닌 매력도 중요하지만 주가를 뒤흔드는 그때마다의 시장 분위기도 중요하다. 주가는 그 시기마다의 무드(mood)가 있다. 2000년대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조선주가 급등했고,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으로 대표되는 일부 종목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코로나 직후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무형재 경제 성장에 힘입어 시장 전면에 나섰다. 그때 그때 시장 분위기에 부합한 기업들은 그들이 지닌 가치 이상으로 시장의 사랑을 받았고, 좋은 기업이라도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소외된 채 다음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무드를 잘 타면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고, 무드와 엇나가면 투자는 실패한다.

낙관적 기대로 출발했던 한국 증시가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 증시 부진은 아픔이 더 컸다. 이유로 는대략 두 가지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나는 ‘피크 중국(Peak China)’ 우려, 다른 하나는 2022년 이후 증시 주도주였던 2차전지 주식들의 부진이다. 한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을 이끈, 이러한 무드의 변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변화가 있다면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의 간극을 줄여갈 것이지만 변화가 없다면 한·미 증시의 간극은 좁혀지기 힘들다. 필자의 판단은 후자다.

첫째, 시장을 지배해 온 무드는 미·중 갈등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018년 이후 달러화 패권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미국의 견제로 정보기술(IT) 경쟁력이 약화되며, 제조업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고, 코로나 이후 회복될 거라 기대했던 소비는 점점 더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헝다에 이은 증즈그룹 파산까지 여전히 부동산 위기는 진행형이다. 반면 미국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혁명에 힘입은 성장동력이 뚜렷하다. 나아가 글로벌 재편에 따라 너도나도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의 고용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 국면이 쉽게 봉합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미국이 ‘경제안보’라는 개념하에 중국에 대한 기술 제한 조치를 풀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거라면 그 분위기에 적응하면 된다. 투자자라면 중국이 아닌 미국에 캐파를 증설한 기업을 선택하고 중국의 기술 제한 조치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반대급부를 활용해야 한다.

둘째는 2차전지 관련주들의 부진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각국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에 힘입어 한국의 2차전지 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호적이었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올해 예정되어 있는 수많은 선거 쟁점 중 하나는 기후 및 에너지 정책이다. 무엇보다 유럽의회 의원 선거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부담이다. 유럽의회는 지구를 온난화로 몰아넣고 있는 각국의 정책 방향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작년 EPP가 신규 자연 보호법에 격렬히 반대함과 동시에 우파 정당이 떠오르며 연합전선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트럼프는 집권하면 바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IRA 폐기는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의 백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에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연애의 고수가 되기 위해 분위기와 어울리는 때를 기다리듯이,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 관련 우려와 선거 국면에서 2차전지 부진이라는 두 가지 무드는 받아들여야 한다. 피할 것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에 반기를 들 자유는 있고, 그 시기도 올 것이다. 하지만 현재 무드는 너무 굳건하다. 옳고 그름이 아닌 모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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