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에 보조금 장벽까지···속타는 현대차·기아

고영득 기자
올해 4월 출시된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지난달 아이오닉 5는 8월보다 10.6% 감소한 2983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제공

올해 4월 출시된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지난달 아이오닉 5는 8월보다 10.6% 감소한 2983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제공

국내 완성차 업체를 대표하는 현대차·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길어지면서 실적 회복에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국가들이 자국 전기차 보호 장벽을 높이고 있어 친환경차 시장 입지마저 좁아지는 형국이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총 28만1196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9월보다 22.3% 적은 수치다. 기아는 총 22만3593대를 판매해 역시 전년 동월대비 14.1% 줄었다. 현대차의 경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일정 조정을 통해 공급 지연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자동차 업체와 시장조사기관들은 반도체 부족에 따른 부품 수급 위기가 내년까지 지속되고, 차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여진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에 보조금 장벽까지···속타는 현대차·기아

이런 가운데 미국 정치권이 자국 브랜드에 유리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내놔 수출 비중이 큰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세입위원회는 최근 노조가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추가로 4500달러(약 530만원)의 세금 혜택을 주는 법안을 처리했다. 사실상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모회사 스텔란티스 등 노조가 있는 미국 ‘빅3’ 업체에만 보조금을 더 얹어주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외국계 기업은 현지에서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와 일본의 도요타·닛산, 독일의 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 벤츠, 스웨덴의 볼보 등 12개 자동차 기업은 즉각 해당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업체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미국 내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미 중국은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추가 보조금을 주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 국가에선 보조금을 적용하는 차량 가격을 제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자국 전기차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끔 장벽을 쳤다. 시장 경쟁력을 가지려면 출시가를 낮게 책정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역진적 구조로 유럽의 경형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주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가격 저감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의 이 같은 빗장 걸기는 특별한 조건을 두지 않고 차량 가격에 따라서만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등록된 승용 전기차는 총 9340대로 이 중 수입차는 27.2%인 2544대였다. 테슬라 모델 Y와 모델 3가 2206대로 수입차 중 86.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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