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최대 96%’ FTA보다 높은 농산물 개방률에 진통 예상

안광호 기자

정부, CPTPP 가입 절차 개시

CPTPP, ‘최대 96%’ FTA보다 높은 농산물 개방률에 진통 예상

소·부·장 분야 수출 다변화 기대
제조업 생산성·실질 GDP 향상 전망
농축수산 업계는 관세 철폐 수준 우려
“호주·중국 등 추가 개방 뻔해”

정부가 13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소재·부품·장비와 기계 등 제조업 분야는 수출 다변화의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농축산업계는 관세 철폐 및 시장개방으로 국내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며 “가입 저지를 위해 총력 투쟁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향후 비준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CPTPP 가입 절차를 개시함에 따라 앞으로 이해 당사자들이 공청회와 국회 보고 등에서 첨예한 찬반 논쟁을 펼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대한상의를 비롯한 재계는 수출시장 다변화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역내 가치사슬(GVC) 편입도 쉬워질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CPTPP는 역내에서 생산하는 부품과 중간재의 원산지를 모두 누적으로 인정하는 ‘누적 원산지’ 제도를 두고 있는 만큼, 관세 혜택과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CPTPP 가입 시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평균 생산성이 0.75% 향상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7%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세계화가 지역 중심의 GVC로 급속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대만도 지난 10월 CPTPP에 가입신청을 한 터라 한국의 참여는 전략적으로도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농축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CPTPP 가입 시 우리나라는 기존 11개 회원국 중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다 후발주자인 만큼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농산물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CPTPP 11개 회원국들의 농축산물 평균 개방률(관세철폐율)은 96.3%에 달한다. 한국과 체결돼 있는 FTA 국가들의 평균 개방률 73.1%보다 월등히 높다.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축산 강국이나 베트남, 칠레 등 농업 강국의 값싼 농축산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은 농축수산물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가입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정의 구획화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지금은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나 식물 병해충이 발생한 국가의 경우 해당 국가나 지역의 농축산물 수입을 전체적으로 봉쇄할 수 있지만, CPTPP 가입 후에는 질병이 발생한 해당 농장이나 도축장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수입을 금지할 수 있게 된다. 농축산물의 수입허용 여부를 평가하는 단위를 국가·지역이 아닌 특정 구역이나 농장 등으로 세분화하기 때문이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SPS 규정 구획화로 그간 가축질병 등을 이유로 수입을 규제해 온 다른 나라의 축산물이나 생과실 등의 국내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250만 농업인은 가입 저지를 위해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본과 간접적으로 FTA를 맺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일본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수 해제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일본차 수입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대일 무역적자가 악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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