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품귀” 비싼 몸 웨이퍼…한국엔 SK실트론이 있다

조미덥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 서 웨이퍼를 들고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 서 웨이퍼를 들고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도체 공급 안정에 필수적 자원
작년 시장 규모 404억달러 달해
수급난 해법·국가 핵심 기술 주목

전망 좋은 300㎜ 제품 생산 주력
시장 점유율 18% ‘세계 3위 규모’
구미 생산시설 증축 새 도약 목표

웨이퍼는 반도체 칩의 주요 소재이면서 반도체 산업의 상징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사들을 불러놓고 미국 투자를 압박하면서 웨이퍼를 손에 들고 흔드는 퍼포먼스를 한 것도 그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요즘엔 웨이퍼가 상징성을 넘어 반도체 수급난의 중심에 서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 주요 웨이퍼 제조사에 줄을 서고 있다. 웨이퍼 제조사들도 제조 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2026년까지 웨이퍼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국가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웨이퍼 제조도 국가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선 SK실트론이 세계 5위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SK실트론은 고품질 웨이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일본 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모래에서 매끈한 원판으로

웨이퍼의 주성분은 실리콘(규소)이다. 실리콘은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원자 구조를 가진 원소 중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다.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을 뜨거운 열로 녹여서 고순도의 실리콘 용액을 만든 뒤 굳히면 ‘잉곳’이 되고, 이 잉곳을 소시지 썰 듯 얇게 잘라내 원판의 웨이퍼를 만든다. 이 웨이퍼를 얼마나 불순물 없이 매끄럽게 만들 수 있느냐가 웨이퍼 제조사의 핵심 기술력이다. 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서 잘라낸 것이 반도체 칩이다. 반도체가 미술 작품이라면 웨이퍼는 도화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필수불가결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웨이퍼는 지름에 따라 200㎜(8인치)와 300㎜(12인치)로 나뉜다. 웨이퍼가 클수록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 수가 많기 때문에 점점 300㎜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 반도체 따라 웨이퍼 수요 급증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전과 자동차, 개인용 컴퓨터(PC)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5세대(5G) 통신 등 첨단 반도체가 필요한 분야는 점점 많아진다. 반도체 수요 급증과 함께 웨이퍼 시장에도 수요가 넘치고 공급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열리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웨이퍼 재료 시장은 전년 대비 15.5% 성장한 404억달러(약 49조원)로 나타났다. 웨이퍼 제조사가 가격을 올려도 물량을 확보하려는 반도체사들이 줄을 선다. 업계 1~2위인 일본 신에츠와 섬코가 각각 20%씩 가격을 올렸는데, 현재 주요 업체들은 2024~2026년 생산될 물량의 판매를 마친 상황이다. 업계 3위인 대만 글로벌웨이퍼스가 최근 4조원대 신규 투자를 발표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갑자기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최소 2026년까지 웨이퍼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엔 반도체 국가주의가 심화하면서 웨이퍼 제조도 산업 안보에 핵심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웨이퍼스가 업계 4위인 독일 실트로닉을 인수하려 하자 독일 정부가 지난 2월 이를 승인하지 않아 무산시켰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멈추는 등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독일 정부가 웨이퍼의 생산 주도권을 외국에 넘기지 않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한국에선 SK실트론이 웨이퍼 제조

SK실트론은 세계 5위이자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제조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웨이퍼 시장 점유율은 신에츠(31.2%), 섬코(23.8%), 글로벌웨이퍼스(16.7%), 실트로닉(12.3%), SK실트론(10.6%) 순으로 되어 있다. 이 5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웨이퍼 생산 공정이 고도화됨에 따라 앞으로 새로운 업체의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국가주의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사들의 뒤를 SK실트론이 받치고 있는 셈이다.

SK실트론은 시장 전망이 좋은 300㎜ 웨이퍼에 주력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웨이퍼에서 300㎜가 차지하는 비중(면적 기준)은 2019년 67.3%에서 지난해 70%를 돌파해 2025년에는 73.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웨이퍼 시장을 300㎜ 제품으로 좁혀 보면 SK실트론은 지난해 점유율 18%로 신에츠(30%), 섬코(25%)에 이어 세계 3위다.

SK실트론은 경북 구미 공장에 앞으로 3년간 1조495억원을 투자해 300㎜ 웨이퍼 생산시설을 증축할 계획이다. 2024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실트론은 고품질 웨이퍼 제조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워 일본 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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