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겼지만…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전에는 파업 재발 ‘시간문제’

김상범 기자
지난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 진수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지난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 진수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은 51일만에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온전한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높은 부채비율과 적자 구조, 그로 인한 낮은 인건비 책정 등 근본적인 불씨가 꺼지지 못한 상태여서 하청업체의 노사 분규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18일 이후 중단됐던 1도크 진수작업을 전날에야 마무리했다. 진수작업은 새로 만든 배를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작업이다. 이번에 진수된 선박은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다. 납기일이 오는 10월말로 얼마 남지 않아서 대우조선해양은 시운전 등 남은 공정을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연된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 여름휴가 기간에도 상당수 직원들이 출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작업 재개는 하청 노사가 지난 22일 임금 4.5% 인상 등의 합의를 이뤄낸 데 따른 것이다. 하청 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지회는 애초 30%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교섭 파트너였던 협력사협의회에는 이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임직원 성명서와 인간띠 잇기 퍼포먼스 등 여론 작업에 집중할 뿐, 기성금(하청업체에 지불하는 공사대금) 인상 등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은 전무했다.

이번 큰 고비는 넘겼지만,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3월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총액은 1조6359억원, 부채총액은 8조942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546%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이 176%, 삼성중공업 189%인 것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깝다.

이번 파업도 영업 손실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생산 지연으로 입은 손실을 고정비 1426억원, 매출 6468억원, 지체 보상금 271억원 등 총 8165억원으로 추산한다. 다만 매출 손실은 파업 기간의 공정 진행률 0%를 반영한 예상치이기 때문에 공정 재개에 따라 회수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선종 포트폴리오가 다른 조선사 대비 손실 규모를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조선 3사의 건조능력은 대체로 유사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VLCC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여왔다. 지난해는 미주·유럽·아시아 선주 3곳으로부터 30만톤급 VLCC 10척을 한꺼번에 수주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다른 회사에 비해 VLCC 수주잔량이 많은데, 선종 차이 때문에 다른 회사들보다 손실충당금을 쌓는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VLCC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비해 길이·폭이 더 길어 후판 가격 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받으며 이에 따른 손실이 장부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반면 1척당 2억달러가 넘어 고부가가치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비하면 선가는 절반 정도에 그친다.

지난 4월 기준 현대중공업의 전체 수주잔량 136척 중 탱커(유조선)가 차지하는 비율은 9.5%(13척)인 반면, 대우조선은 전체 103척 중 17척(16.5%)이 VLCC 같은 탱커 선종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VLCC 탱커의 신조선가는 1억1500만 달러선이다. 특히 이번 점거파업의 발단이 됐던 VLCC 선박은 1억 달러를 밑돌던 1년 전에 수주한 물량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카타르발 LNG 운반선 물량이 쏟아지면서 대우조선해양도 수주 목표 대비 66.4%를 달성했지만, 건조 단계에 따라 대금을 나눠 받는 산업 특성상 실제 경영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1~2년 시간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이 LNG선 호황으로 부활하고는 있지만, 과거 구조조정기의 잔재인 저가수주, 부채비율 등을 털어내기 전까지는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해 언제든 노사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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