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친지집 전전 ‘식객’ 증가… 일본 사회는 대변동기”

도쿄 | 특별취재팀

반빈곤 운동가서 정부 자문위원 된 유아사 마코토

[고용난민 시대, 일자리 없나요?]“친구·친지집 전전 ‘식객’ 증가… 일본 사회는 대변동기”

반빈곤운동 활동가에서 정부 고용정책 자문위원으로. 유아사 마코토(41)란 이름은 일본 노동계에서 꽤나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그는 도쿄대 재학 중이던 1990년대 중반 노숙자를 상대로 한 급식활동을 벌이다 반빈곤운동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빈곤에 맞서다>에는 인터넷카페(PC방)를 전전하는 고용 난민의 실상 등 일본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정 고용 문제가 담겨 있다. 2009년 8월 자민당 정부 대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내각부 참여(자문위원)로 임명돼 고용대책과 빈곤층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그를 만나 일자리와 관련한 일본사회의 현실과 정부 대책 등을 들어봤다.

-네트카페 난민은 줄어들었나.

“되레 더 늘어난 것 같다. 최근 들어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 사원들도 급여가 낮아지면서 아파트 생활을 하기 어려워진 이들이 증가했다. 네트카페나 친구, 친지집을 전전하는 이른바 ‘이소로(식객)’ 현상도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의 파견노동자 해고사태로 파견법 개정이 착수됐지만 국회 통과가 안됐다. 어떻게 전망하나.

“가을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다시 제출된다. 통과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민주당의 참의원 선거패배로 어려울 수 있다. 또 당초 심의단계에서는 노조가 파견사용 사업자와 단체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제외되는 등 규제수준이 미흡하다.”

-일본 재계도 법안이 통과되면 일단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은 파견법이 아직 통과되진 않았지만 이미 고용형태를 파견계약에서 기간제 계약 형태로 바꾸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견계약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는데도 중도해약하면서 직장을 잃고 회사 기숙사에서 쫓겨나 홈리스가 되는 등 사회문제가 되면서 기업들이 이미지 악화를 우려한 조치다. 일부에서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복지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의료보험과 연금 등 사회보험 외에 회사·가족이 제공하는 안전망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하지만 기업복지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고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사회보장 확충 요구가 조금씩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본격화 단계는 아니다. 국가차원에서 제공되는 사회안전망 혜택을 경험한 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민주당이 7월 선거에서 소비세 인상론 때문에 패배했다는 분석이 있다.

“사람들에게 소비세를 인상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그렇다’는 답변이 절반가량이다. 고부담-고복지 쪽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정부가 알맹이 있는 복지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낸 세금이 관료나 정치가의 주머니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신감이 있다.”

-근로빈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표면적으론 가라앉았지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빈곤율을 발표했는데 15.7%로 나왔다. 일본에서 ‘빈곤은 없다’는 입장을 바꾼 셈이다. 기성 노동조직들이 생활지원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도 큰 변화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좌절과 정권교체 등 일본사회가 수십년 만에 대변동기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지금부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 속에 지켜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파견노동을 확대하고, 고용서비스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도 고용서비스의 민영화 논의가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서비스가 민영화될 경우 (장애인, 고령자 등) 취업여건이 불리한 사람들의 취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의 대형 파견업체들이 폐업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대형 일용파견노동 회사인 굿윌이 대표적이다. 일용파견의 폐해가 부각되면서 일감이 떨어졌고, 나중엔 매일 200엔씩 이상한 명목을 붙여 노동자의 임금을 가로채온 것이 발각되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일용파견은 일본사회에서 거의 사라지는 추세다.”

국내에 번역된 유아사의 책 <빈곤에 맞서다>의 첫머리에는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도쿄시내의 게스트하우스와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다 생활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생활보호를 받게 된 니타 부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니타 부부는 그 이후 어떻게 됐나.

“부인의 건강이 더 나빠졌다. 혼자 남아 있으면 상태가 더 악화돼 결국 남편도 일을 나가기 힘들어졌다. 빈곤을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예다.”

특별취재팀 = 서의동·권재현·김지환(경제부), 전병역(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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