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고용 정체… ‘한국형 노동시장 개혁’ 중장기 계획 필요

최영기 |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고용난민 시대, 일자리 없나요?]고질적 고용 정체… ‘한국형 노동시장 개혁’ 중장기 계획 필요

묘하게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년마다 각 정부의 집권초기에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있었다. 반면 꾸준히 밀고 나갈 중장기 고용전략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용쇼크를 벗어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연초에 정부가 대통령 주재 고용전략회의를 구성하고 12일에는 ‘국가고용전략 2020’을 내놨다. 하지만 원대한 비전과 목표에 비해 5대 핵심 정책과제는 10년 고용전략이라는 이름 값을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용이 문제지만 긴박한 국가적 과제는 아니지 않은가라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의 고용위기는 10년 넘게 누적된 고질적인 위기이고 이번 경기회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고용실태는 유럽의 고질적인 고실업과 다를 바 없다. 우리의 3%대 실업률은 유럽연합(EU)이나 미국 실업률의 절반 이하이지만 10년 이상 60% 안팎에서 맴도는 고용률 정체의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대기업의 아웃소싱 확대로 좋은 일자리가 줄고 청년 고용난민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금의 고용위기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해법과 접근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고질적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10년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고용에 대한 처방으로 미국식 고용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항상 말뿐이었다. 우리 노동시장 현실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식 고용전략을 쫓아가기엔 사회보장의 갭이 너무 크다. 이번 발표에도 고용안전망에 대한 투자계획은 없다. 어차피 각국 나름의 해법이 있을 뿐 OECD 보편의 고용해법은 없다. 1980년대 네덜란드나 아일랜드가 자기들만의 해법으로 위기를 탈출했듯이 우리도 한국식 고용전략, 한국형 노동시장 개혁방안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필요해 보인다.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 노동시장은 대체로 고임금인데다 경직적이어서, 90년대 중반 이후 총고용은 정체되고 신규 채용은 줄었다. 기업이 가능하면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을 쓰고 정규직의 잔업과 특근을 최대한 늘리려 했기 때문이다. 정규직 노조들도 기업에서 누리는 고임금-고복지-장시간 근로의 타협에 탐닉했다. 국민의 정부 이래 역대 정부도 단기수익 극대화라는 시장논리에 따라 공공기관 평가에서 고용조정 실적에 따라 기관을 포상하고 기관장 연봉을 인상해 왔다. 중장기 고용전략에서는 이러한 통념과 관행을 깨야 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고용전략회의를 정부 관련부처들의 정책조정회의처럼 운영하기보다 노사가 주도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지금 노사정 간에는 근로시간과 임금의 유연화에 관한 다양한 정책조합들을 내놓고 협의하고 타협할 여지가 많다. 이에 관한 한 일차적인 당사자는 노사다. 다만 대화테이블을 만들고 지원하는 역할은 정부가 맡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내친김에 노사 주도의 고용전략회의를 구성하면 어떨까. 행정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노사정위원회와 노동연구원이 맡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이나 주요 산별연맹의 대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취재팀 = 서의동·권재현·김지환(경제부), 전병역(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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