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과의 전쟁…가장 뜨거웠던 열두 달

노정연 기자

클라이밋 센트럴, 기후 분석 발표
전 세계 4명 중 1명 폭염에 ‘고통’
미 휴스턴 22일간 극한 더위 지속

대홍수·산불·폭풍·가뭄 등 재난
나라 가리지 않고 곳곳서 발생
화석 연료·인간 활동 원인 지목

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7월’을 기록한 지난 7월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콜롬비아 여성이 옷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APAFP연합뉴스

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7월’을 기록한 지난 7월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콜롬비아 여성이 옷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APAFP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 현상이 심화되며 전 세계인들이 역사상 가장 더운 12개월을 보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 폭염과 산불, 폭우, 산사태 등이 잇따랐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경고음은 계속 커지고 있다.

비영리 기후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수준보다 1.32도 상승하며 ‘가장 더운 12개월’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지수(CSI)를 바탕으로 175개국 920개 도시의 평균기온과 폭염 일수를 분석했다. CSI는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정량화한 지수로, -5부터 5까지 기온 상승에 영향을 미친 정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CSI 수준이 3이면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전 세계 인구의 90%에 해당하는 73억명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소 10일 이상, 73%(58억명)는 최소 30일 이상 이상 고온을 경험했다. 4명 중 1명(19억명)은 지속적인 폭염으로 고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1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벌판에서 농부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머리에 물을 붓고 있다. APAFP연합뉴스

지난 7월1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벌판에서 농부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머리에 물을 붓고 있다. APAFP연합뉴스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 가운데 가장 긴 폭염을 기록한 곳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22일 동안 극심한 더위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와 인도네시아의 2개 도시(자카르타, 탕에르)에서는 17일 동안 폭염이 이어졌다. 조사 대상 지역 중 평균보다 낮은 기온을 보인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레소토뿐이었다.

연구팀은 카리브해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섬나라들과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선진국에서도 영향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메이카는 지난 12개월 동안 기후변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나라로 조사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4.5배 더 높았다. 과테말라(4.4)와 르완다(4.1)도 높은 기온 상승을 기록했다.

주요 20개국(G20) 국가들도 온난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6개월(2023년 5~10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3.5), 멕시코(2.9), 인도네시아(2.9)에서 기온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났다. 인도(1.6), 이탈리아·일본(1.5), 브라질(1.4), 프랑스·튀르키예(1.1)가 뒤를 이었고, 영국과 한국(0.8), 중국(0.7)도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냐 기상청의 수석 기상학자인 조이스 키무타이는 “기온 상승은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전 세계 국가의 절반 이상이 고온 현상에 영향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26일 중국 베이징의 공원에서 한 여성이 손수건으로 아이의 땀을 닦아주고 있다. APAFP연합뉴스

지난 7월26일 중국 베이징의 공원에서 한 여성이 손수건으로 아이의 땀을 닦아주고 있다. APAFP연합뉴스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한 재난은 나라를 가리지 않았다. 리비아에서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홍수, 남미와 유럽 등을 강타한 기록적 폭염, 캐나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 등이 그 예다. 미국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기상 이변이 몰고 온 화재와 폭풍, 홍수 등으로 최소 38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캐나다에서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며 200명 중 1명은 집을 떠나야 했다. 혹독한 가뭄이 이어진 브라질에서는 아마존강 수위가 10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강 인근에서 생계를 꾸려가던 주민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따뜻해진 대기가 몰고 온 태풍과 장마로 그리스, 불가리아, 튀르키예 등지에서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오는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올해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올해가 12만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화석 연료 사용과 기타 인간 활동이 이 같은 고온 현상을 발생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구의 온도 조절 기능을 하는 바다의 열 흡수 기능이 한계에 도달하며, 바다에 축적된 열이 대기로 방출되는 엘니뇨 현상도 원인 중 하나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엘니뇨가 기온을 상승시키기 시작했지만 역사적 패턴을 보면 대부분의 영향은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며 “온난화 추세를 멈추려면 탄소 오염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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