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재점화

2년 전 계획 반려 때와 차이점 아리송…납득 못 시킨 환경부

김기범 기자

전문가 검토 내용 공개 않고 국토부 협의도 밀실 의혹

쟁점인 ‘숨골’엔 “일부 훼손돼도 입지 선정 문제없어”

환경부가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해 국토부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 건설을 공식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021년 12월에 촬영한 성산읍 일대의 공항 예정부지 전경. 강윤중 기자

환경부가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해 국토부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 건설을 공식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021년 12월에 촬영한 성산읍 일대의 공항 예정부지 전경. 강윤중 기자

환경부가 6일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통보한 것은 지난 4년 동안의 보완 요구와 반려 등 과정을 통해 입지 선정 측면의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국토종합계획, 공항개발 종합계획 등 상위 및 관련 행정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어 계획의 적정성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2019년부터 3년여 걸친 보완과정을 통해 입지 선정도 타당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제주 제2공항’ 재점화] 2년 전 계획 반려 때와 차이점 아리송…납득 못 시킨 환경부

앞서 지난 1월5일 국토부는 환경부에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다시 제출했다. 국토부는 2019년 9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환경부에 내고 협의를 시작했으나 환경부는 여러 차례 보완을 요구한 끝에 2021년 7월 본안을 최종 반려했다.

환경부는 이번에는 국토부에 조건부 협의 의견을 통보하면서 “공항 내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의 안전대책을 강구했고, 전이구역의 서식지 보호 대책 등 관리방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건부 협의 의견으로 조류 서식지 훼손 등 영향을 평가하고 조류충돌 위험관리계획을 수립해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항공기 소음과 관련해서는 “국토부가 다양한 조건에 따라 영향을 재검토해 제출했으며 조건으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보 제공 및 의견 수렴 방안을 수립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국토부가 멸종위기 양서류인 맹꽁이에 대해서는 “포획, 이주, 대체서식지 조성 등의 대책을 제시”했고, 역시 법정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와 관련해서는 “최악 조건에서도 소음 영향이 없다”는 내용을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기재했다고 밝혔다.

2021년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할 때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숨골과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사업 예정지에 숨골 153곳이 존재한다고 기재했다”며 “제주도 전체에 2만~3만개 존재하는 숨골 중 일부가 훼손되는 정도로 입지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숨골은 물이 주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하로 유입되는 지질구조의 입구로, 화산활동의 산물이다.

환경부가 조건부 협의 의견을 통보하면서 근거로 든 내용은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이나 환경단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반대 측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사업 예정지 환경과 법정보호종 서식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고, 법정보호종과 철새도래지 등 생태계 보호 대책에 있어 국토부가 추가, 수정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음에도 환경부의 잣대가 정권에 따라 달라진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한국환경연구원 등 전문기관 검토의견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민감한 내용이 담긴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자료들을 비공개한 채 사업자인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한 것에 대해 밀실·졸속 협의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지난달 제주도의 전략환경영향평가상 중점평가사업 지정 요청까지 거부했다.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되면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이 가능해지고 한국환경연구원, 주민, 전문가,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합동현지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지만 환경부는 거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중점평가사업 지정은 사업 추진 초기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미 전략환경영향평가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협의를 완료한 국토부는 조만간 ‘제2공항 건설 기본계획’ 고시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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