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재점화

환경단체 “숨골 보전·조류 충돌 방지 대책 있나”…제주도민, 다시 찬반 갈등 속으로

박미라·강한들 기자

반발·환영 들썩인 제주

“환경부의 정치적 결정”…‘조건부 협의’ 논란 키울 불씨
성산읍 주민 “조속히 추진”…오영훈 도지사 “깊은 유감”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리면서 제주 지역사회는 또다시 극심한 찬반 갈등으로 출렁이게 됐다.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는 6일 성명을 내고 “환경부가 제주의 난개발과 국토 파괴를 조장한다”며 “진실과 과학을 외면한 환경부의 정치적 결정에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2021년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을 때와 현재의 제주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냐고 물었다. 단체는 “조류 서식지를 보전하면서 조류 충돌 문제를 해소할 방법, 공항 부지 평탄화를 위해 숨골과 동굴을 메우고서도 숨골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비법을 찾았냐”며 “환경부가 반려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주) 제2공항 건설로 심각한 환경 가치 훼손이 인간의 힘으로는 극복 불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연구원(KEI) 등은 2019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본안을 검토하며 “법정 보호종을 포함한 많은 철새의 중간 기착지이자 월동지로서 생태 보전적 가치를 지닌다”며 “입지적 타당성 및 입지 대안 검토가 수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비상도민회의는 “설악산 케이블카에 이어 제주 제2공항까지 윤석열 정부의 국토 난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환경부가 제2공항 건설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킨 결정은 사실상 국가 환경보전이라는 부처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파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밝혔다.

비상도민회의는 “환경부가 두 차례 보완에도 불구하고 반려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2공항 건설로 인한 심각한 환경 가치 훼손이 인간의 기술과 힘으로는 극복 불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라면서 “객관적 진실과 과학적 결론을 부정한 환경부의 정치적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상도민회의는 특히 제주도가 국토교통부에 제2공항 찬반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8년째 계속되는 제2공항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제주도민의 자기결정뿐”이라면서 “여론조사만으로 충분치 않다면 남은 유일한 도민결정 방식은 주민투표로, 도지사는 국토부에 제2공항 주민투표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산읍의 또 다른 주민과 지역 경제 단체를 중심으로 한 찬성 단체들은 조속한 공항 건설을 주장해온 만큼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제주권공항인프라확충 범도민추진협의회와 제주지역경제단체협의회는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제주공항의 혼잡 사고와 안전사고 위험성을 고려하고, 제주 균형발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도민 전체의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제2공항의 조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각 정당에 전달했다.

찬반 논란 속에서도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조건부로 완료되면서 그동안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던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속도를 더하게 됐다. 다만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가 지역 내 갈등과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제주도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이후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와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야 한다. 지역 내 반대 단체 반발이 거센 데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서가 제주도 심의, 도의회 동의를 거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영훈 제주지사 역시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와 도민에게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면서 “70만 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로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면서 “환경부가 대규모 국가 사업에 대해 면밀하게 환경적 영향을 분석하고 입장을 제시해야 하는데, 제주도로 결정을 미루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오지사는 이어 “주민투표는 충분히 검토 가능하지만 현시점에서는 투표가 쟁점이 되면 갈등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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