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획 아닌 수온 상승에 굶어 죽었다” 몇년간 개체 급감한 알래스카 대게

노정연 기자
붉은 대게 / 경향신문 자료사진

붉은 대게 /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몇년 동안 미국 알래스카 주변에서 대게 수십억마리가 사라진 원인은 바다 온도 상승으로 인한 ‘아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알래스카 대게가 남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알래스카를 둘러싼 베링해 동부의 해수 온도 상승과 대게의 실종에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 냉수성 어종인 대게는 2도 이하의 수온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게의 신진대사를 방해해 대게가 훨씬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수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2017년에 비해 2018년 대게가 소모한 에너지는 4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해양 온도가 변칙적으로 따뜻할 때 발생하는 해양 폭염이 산호와 해양 생물을 취약하게 만들면서 대게의 먹이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국 대게가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를 확보하지 못해 굶어 죽게 됐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북극의 기온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4배나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알래스카 베링해 등 북극 지역 해빙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해양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억5000만달러(약 2029억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대게가 사라지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경제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베링해의 대게는 2018년 80억마리에서 2021년 10억마리로 급감한 상태다. 알래스카 어업위원회와 북태평양어업관리위원회(NPFMC)는 베링해의 대게 개체수가 어로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며 알래스카 남서부 베링해 연안 지역인 브리스틀만의 붉은 킹크랩 어로작업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지시켰다.

연구팀은 “(알래스카 대게 급감은) 해양 폭염으로 인해 해양 동물이 대량 손실된 가장 큰 사례 중 하나”라며 “현재 데이터로 봤을 때 대게 아사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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