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수익 사이…쫓겨난 오픈AI 설립자

김상범 기자

범용AI 둘러싼 노선 갈등…이사회, 챗GPT 만든 올트먼 해임

‘투자 주력’ 행보 위협으로 인식…주주 반대에 곧 복귀 전망도

안전과 수익 사이…쫓겨난 오픈AI 설립자

“인공지능(AI)은 인류를 위협할 것인가? AI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전 속도를 조절해야 할까?”

생성형 AI의 시초인 챗GPT를 출시한 미국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사진)이 전격 해임됐다. AI의 안전과 수익성을 놓고 벌어진 사내 갈등이 이번 사태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다수 주주는 올트먼의 복귀를 원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촌극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오픈AI 이사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화상회의 시스템 구글 미트(Meet)를 통해 올트먼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이사회와의 소통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다.

올트먼은 이튿날 “오픈AI에서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일하는 시간을 사랑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외견상 소통 문제를 거론했지만 내막은 복잡하다. 주변에서는 ‘범용AI’(AGI)를 둘러싼 노선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GI는 사람처럼 모든 상황에서 생각과 학습을 할 수 있는 AI를 뜻한다.

인간 통제를 벗어난 AGI가 실존적 위협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AI는 인간이 의도한 목표와 윤리적 원칙에 맞게 AI를 조정하는 ‘AI 정렬 대응팀’을 운영했다. 오픈AI 공동설립자이자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이 팀을 이끌었다.

오픈AI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그는 AGI의 위험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투자 유치 목적으로 개발 사실을 먼저 대중에게 알린 올트먼을 위협 요소로 봤다고 한다. 수츠케버는 “AI가 자체적으로 코드를 생성하도록 허용하면 ‘킬러로봇’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의 수제자다.

이번 사태를 일종의 ‘쿠데타’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다. 이를 가능케 한 배경은 오픈AI의 독특한 지배구조에 있다. 오픈AI는 “인류에게 유익한 AI 개발”을 위해 2015년 출범한 비영리기관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운영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자 영리 목적 자회사를 설립했다. 챗GPT에 130억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회사 지분 49%를 갖고 있지만 오픈AI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오픈AI 이사회의 주요 임무는 주주 이익이 아닌 ‘광범위하게 유익하고 안전한 AGI’를 만드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런 와중에 올트먼은 MS를 비롯한 큰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최근에는 앱스토어와 유사한 ‘GPT 스토어’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AI 플랫폼 고등지능원의 김덕태 대표는 “올트먼을 끌어낸 사람들은 투자를 덜 받아도 더 안전한 AI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적자폭을 키우는 외부 서비스 확장은 자제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임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 소식을 공식 발표 1분 전에서야 알고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그레그 브로크먼도 동반 사임했고 회사의 고참 엔지니어들도 줄사표를 냈다.

오픈AI의 쿠데타가 ‘삼일천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픈AI 영리 자회사 지분을 들고 있는 벤처캐피털(VC)들이 MS와 협력해 올트먼을 다시 데려오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올트먼이 돌아오는 것에) 낙관적이다”라고 밝혔다. 올트먼이 복귀하면 현행 이사회 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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