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가전제품 편하게 써야죠”

이재덕 기자

LG전자, 장애인 접근성 높인 제품·서비스 선보여 ‘눈길’

LG전자가 제작한 세탁건조기에 대한 수화 설명 영상(위 사진)과 수어상담서비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제작한 세탁건조기에 대한 수화 설명 영상(위 사진)과 수어상담서비스. LG전자 제공

18개 제품 대상 점자 스티커 보급
영상 매뉴얼·문 여는 방향 변경 등
‘장애인 자문단’ 의견 적극 반영해

시각장애인 정승아씨(50)는 집에 있는 LG전자 가전제품 버튼마다 투명한 스티커를 붙여놨다. 점자와 직관적인 아이콘이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버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스티커다. LG전자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과 함께 지난해 세탁건조기를 시작으로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 18개 제품에 맞는 점자 스티커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정씨는 “예전에는 공기청정기 버튼 하나 누르기도 쉽지 않았는데 점자 스티커를 사용하다 보니 그 많은 버튼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어 일상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2일 LG전자에 따르면 최근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제품과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시청각·지체장애인을 위한 가전제품 설명서도 유튜브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한 영상에서는 농인들이 수화로 LG전자 세탁건조기 ‘트롬 워시’의 기능과 작동법을 설명한다. 예컨대 세탁건조기의 ‘침구 털기’ ‘스팀 리프레시’ 등 생소한 버튼에 대해 수화로 “건조된 이불의 먼지를 털어주는 코스” “옷의 구김을 줄여주는 코스” 등으로 설명하는 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글씨보다 수화가 편한 농인들을 위해 영상 매뉴얼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LG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S는 청소기 내부가 이물질로 막히면 알림음과 함께 ‘이물 막힘’ 아이콘을 보여준다. 청소기에 이물질이 끼인 것을 모르고 계속 청소기를 돌렸다가 청소기가 망가졌다는 청각장애인 고객의 불만 등을 반영한 기능이다.

문이 한쪽 방향으로 열리는 일부 냉장고·김치냉장고 제품은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을 고려해 문 여는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주방 구조상 냉장고 문을 한쪽으로 열기 어렵거나, 왼손잡이인 고객이 사용할 때도 편의성이 높아졌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시각·청각·지체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LG전자 장애인 접근성 자문단’을 운영, 제품에 장애인 관련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LG전자가 개발 중이거나 이미 출시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며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LG전자가 지난 8월 출시한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정수기에도 자문단 의견이 반영됐다. 지난해 개발 단계에 있던 이 정수기를 미리 써본 자문단은 ‘조작버튼이 위쪽이 아닌 앞쪽에 있으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아이들이 사용하기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고, 이 아이디어가 제품에 반영됐다.

지난해부터는 제품 상담 및 AS(사후 서비스)를 위한 수어 상담·통역도 시작했다. 국내에서 전문 통역사를 고용해 수어 상담을 시작한 건 LG전자가 처음이다.

수어 상담을 담당하는 이정민 책임은 “청각·언어 장애를 가진 고객들이 수어 상담을 통해 엔지니어 출장을 요청하기도 하고 제품 사용법을 문의하기도 한다”며 “불편한 점들을 직접 이야기하고 바로 답을 들을 수 있으니 시원하다고 말씀해주시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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