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면역항암제로 완치 도전…3기폐암환자와 김인수 교수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다. 특히 다른 장기로 전이된 3~4기 폐암은 ‘시한부’선고나 다름없다. 실제로 4기폐암의 5년생존율은 4%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의 신약 출시로 5년생존율이 20~25%로 4배 정도 향상됐다.
이번에 만난 박기훈 씨(가명·남·66세) 역시 2015년 비소세포폐암 3기로 판정받았다. 하지만 다행히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의 퍼시픽(PACIFIC)임상에 참여, 현재 완치판정을 받았다. 박기훈 씨와 그를 치료한 김인수 동아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원국 기자(이하 이) : 3기폐암으로 진단받았을 때의 심정은.
박기훈(이하 박) : 청천벽력이었다. 흡연은 해본 적도 없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평생 선원생활을 했다. 선원은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2015년 좌측 등이 불편해 동네병원에서 흉부엑스레이를 찍었다. 당시 좌측 폐 중간에 둥근 모양의 종괴가 발견돼 동아대병원으로 전원됐으며 폐선암3B기로 진단받았다.
하지만 당시 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했다.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받았는데 방사선치료 33번과 항암주사를 8번 맞았다. 치료가 끝났지만 암이 잔존해 의료진이 면역항암제 임상을 권했다. 2015년 5월부터 2주 간격으로 면역항암제를 1년간 투여했고 이후 완치판정을 받았다.
이 : 폐암은 3~4기 진단비율이 약 60%에 달한다. 왜 이리 진단이 늦나?
김인수 교수(이하 김) : 폐에는 감각신경이 없다. 즉 감각신경이 있는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돼야 환자가 알아챈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는 만 54~74세 남녀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폐암고위험군에 한해 2년 주기로 저선량 흉부방사선촬영 등 폐암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본인이 고위험군이라면 국가지정 폐암검진기관을 방문해 검진받는 것이 좋다.
이 : 면역항암제 사용 전에는 어떤 치료를 진행했나.
박 : 비소세포폐암은 표적항암제가 있다. 하지만 EGFR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해당이 안 됐다. 결국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받았다. 항암주사(파클리탁셀+시스플라틴)는 당장 죽을 만큼 힘들었다. 4번째 항암제를 맞은 후 고통이 너무 커 입원했다. 설사와 소화불량, 전신탈모가 나타났다. 또 방사선치료를 할 때는 피부가 너무 약해져 2~3주 동안 씻을 수조차 없었다.
이 : 3기폐암은 어느 정도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교수 : 수술은 병기와 환자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초기 폐암이라도 환자가 고령이면 수술이 어렵다. 또 암이 임파선, 기관지, 주변장기에 전이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 수술이 가능해도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이나 수술 후 보조항암방사선요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고령층은 항암치료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3기폐암은 종괴의 기관지침범과 종격동 임파선전이가 흔해 선행화학요법 이후 수술을 고려한다. 이때 전신마취가 어려운 경우 항암화학방사선요법이 표준치료로 권고된다. 항암화학방사선치료가 끝나면 1년 동안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 환자 입장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해 보니 어떤가.
박 : 면역항암제 투여 이후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2주에 한 번만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없어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동안 힘이 났다.
이 : 면역항암제는 고가이다. 그만큼 급여조건이 까다로울 텐데.
김 : 맞다. 우선 면역항암제 사용을 위해서는 면역표지자인 PD-L1발현비율이 1% 이상이어야 한다. 또 항암화학방사선요법을 2주기 이상 투여 후 42일 내에 투여해야 1년간 급여가 인정된다. 1년 투여가 끝나면 3개월에 한 번 영상추적관찰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재발하면 다시 방사선치료나 세포독성항암제로 돌아가야 한다.
이 : PD-L1발현비율이 1%인 이유는.
김 : 고가인 면역항암제 사용을 위해서는 객관적 근거가 필요하다. PD-L1은 면역항암제의 약물반응률과 관련 있다. 최근 발표된 퍼시픽연구 5년 추적분석결과 PD-L1 1% 이상 발현환자의 5년생존율이 50.1%였다. 그 미만인 경우 통계적인 의의는 없었지만 임상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더발루맙은 임상현장에서 폐암3기치료의 중요한 이정표다. 또 면역항암제의 심각한 부작용은 0.2~1.7%에 불과해 환자에게 매우 좋은 약이다.
이 : 폐암환자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한다.
김 : 폐암환자는 호흡기계 감염위험도가 높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환자들이 항암치료에 코로나검사까지 받으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 좋은 약제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만큼 의료진을 믿고 따라 준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 : 암 환자는 무엇보다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항암치료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힘들다고 누워있으면 안 된다. 몸을 자꾸 움직여야 한다. 체력이 있으면 암도 이겨낼 수 있다. 체력관리를 꼭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