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관절염, 진통제로 버티다간 큰일납니다”

김태훈 기자

의정부을지대병원 손창남 교수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뼈 손상 심각…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JAK 억제제가 효과 좋아…근육량 늘리고 손 스트레칭 자주 하길

손창남 의정부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8월21일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병원 진료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손창남 의정부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8월21일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병원 진료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류마티스 관절염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이라는 특성이 있어 환자의 40% 이상이 기존에 널리 쓰이던 약제로는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 게다가 주사로 투약하는 약제의 종류도 많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사는 환자는 주사를 맞기 위해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와야 하는 등 불편함과 비용 부담이 컸다.

이 같은 문제는 새로운 약제의 개발과 함께 가까운 거리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류마티스 전문의가 점차 늘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수도권이면서도 류마티스 전문 의료진이 부족했던 경기 북부지역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최신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는 손창남 의정부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지난달 21일 병원 진료실에서 만났다. 손 교수는 인터뷰에서 그간 효과가 부족했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들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가까운 지역 병원에서도 류마티스 전문 의료진이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류마티스 관절염은 어떤 질환인지부터 설명 부탁한다.

“보통 ‘류마티스’라고 많이들 얘기하지만 사실 류마티스 질환은 100여가지나 된다.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게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주로 작은 관절, 즉 손가락이나 발가락, 손목 이런 곳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다른 여러 관절에도 증상을 나타내는 종합적인 자가면역질환이라 볼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통풍이나 퇴행성 관절염 등과 달리 심각한 뼈 손상이 오는 것이 특징이어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질환을 특히 주의해야 할 분들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 정도이고,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약 3배 정도 많다. 대개 50대 이후, 폐경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병했지만 요즘은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65세 이후에도 많이 진단된다. 남자 환자들은 대개 흡연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입에 치주염이 있는 분들의 유병률도 높으니 이런 분들은 더 자세히 확인해봐야 한다.”

-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구분할 수 있는 주요 증상과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나.

“외래에 관절 통증으로 오는 환자 중 50대 여성이 제일 많다. 그 나이가 되면 폐경 후 증상으로 아침에 관절이 뻣뻣한 조조강직이 나타나거나 관절이 아프고 붓는 경우가 매우 많다. 특히 조조강직 증상을 놓고 볼 때, 퇴행성 관절염이나 폐경 후 관절염은 해당 부위를 움직이며 풀어주면 대개 30분 이내에 증상이 금방 좋아지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1시간 이상에서 길게는 반나절까지 조조강직 증상이 이어진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은 염증의 4가지 대표적 증상인 빨갛게 되는 발적, 부어오르는 종창, 굳는 강직, 그리고 통증이 모두 나타난다. 다른 관절염에선 발적이 생기는 일은 드물다.”

-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조기에 진단받는 일이 필요하겠다.

“그렇다. 조기 진단이 가장 필요한 이유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첫 진단 후 6개월 이내에 뼈가 가장 많이 파괴·손상되기 때문이다. 진통제는 통증을 줄여줄 순 있지만 뼈 손상을 막을 수는 없으므로 초기에 진통제를 먹고 버티며 시간을 끌다가 뒤늦게 병원에 왔을 때 뼈 손상이 진행된 것을 확인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뼈 손상이 한 번 생기면 다시 회복할 수 없다.”

- 류마티스 관절염이 의심될 때는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는 것이 더 좋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류마티스 전문의가 많지 않아서 다른 진료과에서도 ‘항CCP 항체’ 검사 같은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에 필요한 피 검사를 한다. 그런데 증상은 없지만 이 항체 수치가 높게 나와 류마티스 관절염에 제일 많이 사용하는 약을 미리 먹는다고 해서 예방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반대로 전형적인 류마티스 관절염인데도 피 검사만으로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인해 진통소염제만 복용했다가 관절 변형이 진행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류마티스 전문의의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 경향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도 소개 부탁한다.

“기존의 치료에 대해 먼저 얘기를 하자면, 가장 기본적으로 ‘메토트렉세이트(MTX)’라는 약을 1980년대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마땅한 약제가 없어서 통증만 조절하면서 염증이 심하면 수술로 긁어내는 데 그쳤다. MTX가 나오면서부터 내과적 치료가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주사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주사를 계속 맞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도 있어서, 2010년대 후반부터 먹는 약인 JAK 억제제(소분자제제)가 나오면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JAK 억제제는 여러 장점이 있어서 많은 환자가 처음엔 MTX를 복용하다 주사제로 간 뒤, 다시 JAK 억제제로 가는 치료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여러 종류의 약제들을 처방해 치료한 경험에서 볼 때 최근에 나온 JAK 억제제가 좋은 성과를 보인 사례도 있었나.

“60세 남자이고 흡연자였던 한 환자의 사례를 들면, 그분은 첫 진단 때부터 손가락·손목 관절이 다 많이 부어 있고 통증이 심했다. 처음에 MTX로 시작했지만 염증 반응이 계속 높게 나타나 스테로이드 제제도 많이 썼다. 이후 MTX와 다른 면역억제제까지 세 종류의 약을 병용하는 요법도 써보고, 다른 약으로 바꿔서도 또 3개월을 썼지만 염증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JAK 억제제는 기존의 류마티스 약제를 6개월간 써야만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6개월이 되자마자 바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 환자가 4주 뒤에 왔을 때 염증 수치가 다 정상으로 떨어지고 부종도 많이 호전됐더라.”

- 류마티스 관절염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환자들의 불만이 많이 해소될 수 있겠다.

“기존의 약제들이 대개 환자 중 60%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나머지 40%에서는 효과가 없다.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는 JAK 억제제나 주사제인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JAK 억제제를 사용하면 나머지 40%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많이 발휘된다. 주사제 역시 효과는 좋지만 반응을 보이는 환자의 비율이 약 60%라, 여기서도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나 치료 후 심한 통증이 남는 환자들에게 JAK 억제제가 좋은 효과를 보인다.”

- 하지만 현재 건강보험 급여 기준으로는 JAK 억제제 중 한 가지를 쓰다가 효과가 낮아 다른 종류의 JAK 억제제를 쓸 때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들었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JAK 억제제 중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약이 3종 있다. 이 약들은 서로 성분이 달라서 한 가지를 썼을 때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있다면 다른 종류를 쓰면 좋다. 하지만 현재 그렇게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서 경구제인 JAK 억제제 대신 어쩔 수 없이 주사제를 쓰게 된다. 환자들이 다양한 약제를 사용해 보고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을 선택하는 것이 만족도도 높을 텐데, 현재 급여 기준으로는 어렵다. 약가가 굉장히 고가여서 환자 본인이 100% 부담하면서 다른 약제로 바꾸기란 쉽지 않은데도 그렇다.”

- 끝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평소 건강 관리를 위해 당부 또는 조언할 내용이 있다면.

“근육량이 늘어나면 작은 관절에도 도움이 되므로 손·발이 아프더라도 제자리 자전거나 걷기 등을 꾸준히 할 것을 추천한다. 손을 쓸 때는 스트레칭을 많이 해주면 좋고, 돌리거나 쥐어짜는 동작은 피하는 게 좋다. 다음으로는 류마티스 질환이 만성질환이라 많이 아프거나 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긴다든지 해서 빨리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니까 가까운 병원의 류마티스 전문의를 알아볼 것을 권한다. 의료 접근성을 생각할 때 환자의 집에서 가까운 지역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편의성을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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