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잡지’ 제작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와, 아름다운 스타 커플의 희귀한 기사다’하고 옛날잡지를 찾았으나, 이내 그분들이 현재 함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책장을 덮는 순간이랄까요.
하지만 이번 주에는 지금도 행복하게 함께하고 계신 ‘고마운’ 스타 부부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황정민, 김명민, 이성민, 이종혁, 박해일 씨 등 지금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걸출한 배우들을 떡잎 시절부터 알아본 아내들의 스토리 ‘스타 아내들의 심미안’ 기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2013년 당시 이 기사를 기획·취재한 당사자의 후일담을 먼저 들어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심미안과 적극성, 박력, 추진력 거기에 주량까지 겸비한 차승원 씨의 아내 이수진 씨입니다.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극복”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차승원 씨는 결혼에 이르기까지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았는데요.
“결혼한 남자는 자식과 자기 집만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부른 법이거든요.”
매 인터뷰 때마다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연예계의 대표적인 ‘패밀리맨’ 차승원 가족의 기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사가 진짜 옛날잡지에 있었습니다. 레이디경향 1998년 12월호 ‘남편은 TV 스타! 나는 PC스타! 차승원 아내 이수진씨가 직접 쓴 연하 남편과의 드라마틱한 사랑과 결혼 이야기’ 입니다.
어느 날 홀연히 PC 통신 나우누리에 등장한 글이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진짜야? 의구심을 불러온 그 글의 주인공이 진짜 차승원의 아내 이수진 씨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전용 게시판이 만들어지고, 그 에세이는 <연하남자 데리고 아옹다옹 살아가기>라는 책으로도 만들어집니다. 대체 어떤 내용이었기에 당시 큰 화제를 불러왔을까요?
“노아 아빠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제가 대학교 2학년 다닐 때였을 거예요. 어느 여름, 나이트클럽에서 노아 아빠를 처음 본 거예요. 제가 원래 미남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체질이라….”
‘닭장’, ‘시내루’, ‘심봤다’… 90년대 PC통신 특유의 재기발랄한 말투로 시작되는 글은 초반부터 놀라운 몰입력을 불러옵니다. 미모의 여대생과 신인 모델의 만남. 사랑의 쟁탈전을 불러올 수도 있었던 정황, 그러나 특유의 대범함로 ‘대시’에 성공하고, 밤새 전화 통화를 나누고 맞이하는 새벽의 공기. 아, 정말이지 그 시절의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본격 포장마차 데이트. 둘이서 소주 20병을 마신 뒤, ‘자기야~’ 한마디에 공식 커플이 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 4살 연하의 차승원 씨는 당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어린 남자친구를 차에서 하룻밤 재운 뒤 무사히 ‘등교’시킨 이수진 씨는 이후 “대학 가서 만나자” 선언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순정남 차승원 씨는 ‘학력고사’ 이후 매일같이 이수진 씨 집 앞에 찾아가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다는 이유로 누나같이 충고만 하고 ‘개무시’ 해대며 잘난 척만 ‘삑삑’하고 살다가 어느 순간 그가 남자로 다가오더군요.”
이렇게 불붙은 둘의 사랑은 차승원 씨의 “난 자기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 같아. 자기랑 함께 있을 때 눈 깜빡이는 순간에도 자기가 그리워. 우리 같이 살자. 응?” 이라는 프러포즈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바로 웨딩마치가 울리는 밋밋한 결말이 아닌 거, 아시죠?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힌 두 사람은 지하 단칸방을 구해서 신혼 생활을 시작합니다. 당시 이수진 씨는 이후 아들 노아가 태어나고 차승원 씨가 얼마나 가족에게 지극정성이었는지 여러 사례를 들려줬는데요.
지난 2014년 차승원 씨 아들의 친부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한 차례 논란이 있었죠. 이에 차승원 씨는 공식 발표를 통해 아들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애정을 밝힙니다. 전도유망한 신인 시절 당시에는 엄청난 리스크일 수 있는 ‘속도위반’ 딱지를 붙이면서까지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그의 과거가 알려지면서, 차승원 씨는 또 한 번 ‘국민 호감남’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리고 2003년 딸까지 얻은 차승원은 ‘딸 바보’라는 별명을 추가합니다. 2008년 인터뷰에서는 딸 아이의 세례명을 타투로 새겼다는 사실도 공개했죠.
차승원 씨가 더없이 멋진 남편이자, 아빠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막막한 무명 시절을 함께 견디고 갖은 시련에 맞서온 이수진 씨와의 강력한 ‘전우애’ 역시 대단해 보이는 회차였습니다. 보다 자세한 당시 기사와 막강 부부의 역사는 유튜브 ‘옛날잡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