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 “지방 소멸 막으려면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강현석 기자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지난 20일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산강 시대’ 구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광주시대준비위원회 제공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지난 20일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산강 시대’ 구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광주시대준비위원회 제공

광주의 미래는 ‘삶의 혁명’
영산강에 셰프들 거리 조성

대전 이남 대학에 투자해야
수도권 집중 막는 균형발전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을 넘어 지방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영호남 반도체 동맹’이 필요합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58)이 지난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호남지역 8개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에게 ‘영호남 반도체 동맹’ 결성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미래를 위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등을 지방에서 육성해 수도권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30대에 광주 북구갑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3선 의원을 지낸 그는 ‘50대 광주시장’ 시대를 열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을 시민들이 직접 뽑는 민선 시대 개막 이후 50대가 광주시장에 당선된 것은 민선 1기 송언종 시장(당시 58세) 이후 강 당선인이 두 번째다.

그는 광주시장 출마에 앞서 지난해 두 달 동안 시민 1264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광주의 미래를 그렸다고 한다. 강 당선인은 “시민들은 과감한 일 처리와 진보성향의 시장, 참신하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십을 요구했다”면서 “이런 조건이라면 ‘내가 (시장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강 시장이 시민들을 만나며 찾은 ‘광주의 미래’는 ‘삶을 혁명하는 광주’다. 그는 “광주가 그동안 5·18민주화운동 등으로 역사를 혁명해왔던 도시였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내 삶을 혁명하고 행복해지는 광주’로 가야 한다”면서 “시민들이 도시에 정을 붙이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삶의 혁명’에 대해 강 당선인은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일상의 민주주의’를 꽃피워 시민들이 평등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것은 ‘혁명’ ”이라고 설명했다. 복합쇼핑몰 유치 역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혁명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강 당선인의 입장이다.

강 당선인은 “복합쇼핑몰은 윤석열 대통령도 공약했고, 정부가 채택한 ‘국가주도형 사업’이 됐다”면서 “정부 지원과 민간자본의 투자, 행정의 신속한 인허가를 통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광주도시공사 빌딩에 들어선 강 당선인의 사무실에는 ‘광주광역시 도시계획 및 2030도시기본계획’을 담은 사람 키만 한 지도가 놓여 있었다. 지도 가운데는 하늘색으로 표시된 영산강 물줄기가 선명했다.

강 당선인은 “광주 시민이나 광주를 찾는 사람들은 ‘영산강을 보면서 차를 마셔본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영산강이 도시의 중심이 됐는데도 그동안 활용방안이 없었다”면서 “영산강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영산강에서 여러 가지 스포츠 등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셰프들의 거리’ 등을 조성해 활력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여야의 문제도 아닌 지방 생존의 문제”라는 강 당선인은 수도권 집중을 막을 전략으로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제안했다. 정부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기로 한 만큼 이를 지방균형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 당선인은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서면 기업들이 수도권 대학에 ‘계약학과’를 만들어 인재를 확보해 지방대 위기가 더욱 심각해진다”면서 “대학이 문을 닫으면 청년이 떠나고 지역은 소멸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전 이남 지역에 첨단 산업과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강 당선인은 호남권과 영남권 8개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들에게 ‘반도체 동맹’을 먼저 제안, 정부의 투자와 인재육성이 지방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강 당선인은 “우선 영호남 동맹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막은 뒤, 지역별로 역할을 분담해 나가면 된다”는 구상이다.

강 당선인은 “현재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균형발전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행정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광주시 역시 균형발전 업무를 추진하는 부서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범 40일이 지난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강 당선인은 “민생경제가 위기상황인데도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대놓고 정치보복을 하는 느낌”이라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월북 공작’으로 규정해 신색깔론을 만들어 내고, 검사 중심의 ‘몰염치 인사’가 이어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민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2019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1년8개월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했다.

하지만 강 당선인은 광주 발전을 위해 여당과의 ‘협치’도 강조했다. 그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협조와 협치는 중요하다. 오는 24일 국민의힘 광주시당과 예산협의회를 준비하고 있고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와도 만나 머리를 맞대겠다”면서 “국민의힘과 정례적으로 만나 초당적 협력과 협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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