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에 ‘가치’ 부여…집 밖으로, 사회로 한 발 더

김태희 기자

경기도 ‘기회소득’ 정책
장애인 활동가치 첫 인정
운동량 따라 수당 제공
스스로 심신 건강 챙기며
사회비용 감소 효과 기대

장애인 활동에 ‘가치’ 부여…집 밖으로, 사회로 한 발 더

“오늘은 아침 먹고 꽃에도 물 주며, 중앙동에 렌즈(사러 가고), 다이소 들르려고 함.”

지난 2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의 한 주택에서 만난 하명훈씨(24)는 하루 일정이 가득 적혀 있는 노트를 들어 보였다. 그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운동하기 시작한 뒤부터 노트(사진)에 하루 운동량을 기록했다.

하씨는 지적장애인이다. 경기도의 ‘장애인 기회소득’ 지급 대상자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월 5만원씩 최대 6개월간 총 3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대신 장애인은 스마트워치를 착용해서 1주 최소 2회 이상, 1시간 이상 활동하고 움직여야 한다. 장애인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의료비·돌봄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본다.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활동을 가치 있다고 최초로 인정한 사례다.

하씨도 장애인 기회소득을 받기 전까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이별한 뒤 우울증과 불면증까지 겪었다. 복용 약의 부작용에 안 좋은 생활습관까지 더해지면서 90㎏ 정도였던 몸무게는 약 100㎏으로 늘었다. 다이어트도 몇 번 시도했지만, 동기가 없어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와중에 접한 것이 장애인 기회소득이었다. 하씨는 “움직이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으니 처음에는 억지로 운동을 했다”면서 “그러다가 차츰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운동량을 점차 늘려 지난해 말 몸무게를 68㎏까지 감량했다.

현재는 70㎏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근력 운동도 시작해 몸에 근육을 붙이는 재미를 보고 있다고 했다. 기회소득으로 받은 돈은 좋아하는 스포츠 의류나 운동화를 사는 데 썼다. 하씨는 “이젠 운동이 하나의 습관이 됐다”면서 “몸무게를 줄이고 건강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올해는 여자친구를 사귀어 함께 걷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장애가 있는 남기택씨(50)는 한때 우울증을 겪었다. 일주일에 4000걸음도 걷지 않을 정도로 집 안에만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장애인 기회소득을 받고 난 뒤 다시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집 밖으로 나와 몸을 움직이면서 우울증을 극복한 그는 새로운 직장도 얻었다. 지난 2일 첫 출근을 했다. 남씨는 “기회소득 때문에 매일 조금이라도 걸으려고 노력했다”면서 “몸을 움직이니까 우울한 기분도 많이 나아졌고,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도 장애인 기회소득을 받은 이는 총 7000명이다.

경기도가 참여자 중 2000명을 조사한 결과 68.6%가 최소 주 2회 이상(가치활동 인정 기준) 운동에 성공했다. 기회소득 지급 전 비활동적(주 1회 이하 운동)으로 분류된 장애인은 1730명(86.5%)이었지만, 지급 이후 543명(27.2%)으로 크게 줄었다.

경기도는 올 하반기부터 장애인 기회소득을 월 10만원으로 늘리고 최대 12개월간 총 90만원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지원 대상도 1만명으로 늘린다.

지급 대상도 지난해 장애인·예술인 2개 분야에서 올해는 체육인·농어민·기후행동·아동 돌봄 등까지 총 6개 분야로 확대해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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