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세종시장 “세종시는 내 운명…정부의 지방 홀대로 국토균형발전 제대로 못해”

안호기 논설위원
이춘희 세종시장이 22일 세종특별자치시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 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에 이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한 개헌이 이뤄져야 행정수도가 완성된다고 밝혔다.  우철훈 선임기자

이춘희 세종시장이 22일 세종특별자치시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 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에 이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한 개헌이 이뤄져야 행정수도가 완성된다고 밝혔다. 우철훈 선임기자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을 맡으면서 세종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건설교통부 차관을 거치면서 세종시 건설을 총괄했다. 2012년 초대 세종특별자치시장에 도전했다 실패한 뒤 2014년과 2018년 연거푸 당선됐다. 스스로 “세종시는 내 운명”이라고 할 정도로 구상에서부터 건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세종시 조성에 관여해 왔다. 중앙행정기관 대부분이 옮겨온 데 이어 2027년까지 국회의사당, 최종적으로는 대통령 세종집무실까지 지어 진정한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도시 클수록 좋다고 생각한 과거 패러다임은 잘못…중요한 건 삶의 질
세종시에 미래 도시의 꿈 제대로 담아내려는 목표 갖고 차근차근 진행
도시 스케치는 좋은데 투자 제대로 못해 시설·건축물 색깔 입히기 미흡
지자체 현실 맞게 권한 맡기려면 다음 정부서 반드시 지방분권 개헌해야

세종특별자치시가 다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국토균형발전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세종시가 거론된 것이다. 앞서 지난 9월 말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짓기로 한 국회법이 통과되면서 행정수도 완성이 주목받았다. 이춘희 세종시장(66)은 처음부터 이 도시를 구상하고 7년째 시정을 이끌고 있다. 도시에 대한 그의 철학은 간명하다. “삶의 질 측면에서 시민이 생활하기 좋은, 질적으로 우수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세종시 면적은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정해진 면적 73㎢가 전부인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으로 대전, 북으로 천안과 접한 465㎢에 이른다. 서울의 4분의 3 규모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도시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한 과거 패러다임은 잘못됐다”면서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사상 세종시 규모의 도시를 계획해서 만드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는 이 시장은 “미래 도시에 대한 꿈을 이 도시에 제대로 담아내자는 목표를 갖고 있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으로부터 세종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세종시는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나.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은 세종시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기를 계획하셨다. 지금 세종시는 실제로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을 상징하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셨을 때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이었다. 인수위원회를 꾸릴 때 전문위원으로 들어가 신행정수도 업무를 담당한 것이 계기였다. 그 전에 분당과 일산 신도시 계획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인수위에 차출된 것으로 안다.”

- 행정수도에 대한 노 전 대통령 관심이 컸다는데.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가 12개였는데, 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신행정수도 3개가 사실상 행정수도에 관련된 것이었다. 거의 매주 보고를 받으실 정도였고, 큰 이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정리해주셨다.”

- 예를 들면.

“당시 여당 열린우리당은 45석에 불과했고, 야당이 반대했기 때문에 행정수도 추진에 대한 법을 새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내부에서는 기존 법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의견과 사업속도를 높이고 정권이 바뀌어도 추진하려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여기서 노 대통령이 단군 이래 최대 역사를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약사항을 임기 내 착공하려면 법 제정이 필요하다 등의 명분을 들어 어렵더라도 특별법 제정으로 하자고 결정하셨다.”

- 국회는 언제 세종시에 오는지.

“지난 9월 말 국회법이 개정돼 설치 근거가 마련됐다. 내년 중반까지 기본계획 및 운영 용역을 진행하고, 2024년 상반기 전 착공, 2027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그럼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아닌가.

“현재 세종시의 법적인 성격은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이다.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미완성인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은 청와대와 국회, 헌법기관을 모두 옮겨 당초 그렸던 그림을 완성하는 상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위헌 결정으로 인해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궁극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 개헌은 다음 정부에서 거론될 텐데.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개헌안을 냈지만 무산됐다. 어쨌든 헌법에 수도에 관한 명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했던 문 대통령 개헌안대로 헌법을 고쳐도 된다. 우리는 아예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개헌안을 추진 중이다. 이후 청와대와 국회를 이전하는 것은 정책의 문제이다.”

- 행정수도를 별도로 둔 나라가 있나.

“말레이시아는 수도 쿠알라룸푸르가 과밀화와 혼잡이 심해지면서 푸트라자야를 행정수도로 개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수도가 3개인데 행정은 프리토리아, 입법은 케이프타운, 사법은 블룸폰테인이 분담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수도는 암스테르담인데 행정부와 국회, 대법원은 헤이그에 있다.”

- 내년 세종시 출범 10년이다.

“그동안 많이 발전했다. 당시 세종시 인구가 14만명이었는데 지금은 37만4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4만명에서 28만명으로 불었다. 세종시 완성 목표 시점인 2030년이면 60만명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다.”

- 인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행정수도를 완성하더라도 계획한 것보다 인구가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기능으로 도시를 채울지가 관건이다. 행정기능 중심으로 한다면 관련 종사자가 많아질 텐데,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다른 기능은 줄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시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 도시계획을 통해 인구통제는 가능하다.”

-신도시 조성 기간이 긴 편인데.

“4~5년에 완성하는 수도권 신도시와는 다르다. 서울은 인구가 많아 주변에 신도시를 만들어도 충격이 없다. 하지만 세종시를 단기간에 만들면 대전이나 청주 등 인근 도시에서 인구가 빠져나가 충격을 받게 된다. 주변 도시와의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 교통망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는데.

“최근 서울에서 오송역을 이용해 세종까지 오는 게 불편하다고 여기는 시민이 많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갈아타는 것 자체를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 세종시 중심에 정부세종청사 철도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책은.

“지난 6월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충청권 광역철도망이 반영됐다. 대전 반석역에서 정부세종청사, 조치원역을 거쳐 오송역,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철도는 레일만 있으면 다 연결할 수 있다. 고속철도는 지금처럼 오송역을 이용하고, 일반철도는 서울역에서 정부세종청사로 오게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전철이 있기 때문에 수도권 전철이 세종까지 연결될 수 있다.”

- 왜 진작 못했나.

“돈줄을 쥔 중앙정부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핑계가 아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탱크를 동원해서라도 행정수도 추진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지금 정부세종청사도 비용만 아끼느라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아닌가.”

- 계획대로 되지 못한 부분이 많은가.

“도시계획 자체는 훌륭했다고 본다. 그런데 스케치만 잘 그리면 뭐하나. 각종 시설물과 건축물로 도시에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행정수도인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는 세계인이 칭찬하는 도시가 돼 있다. 정부청사 하나 건립하는 데도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푸트라자야 총리궁이나 환경부 건물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다. 세종은 어떤가. 국무총리실 앞에서 사진 찍으려는 사람 없다. 그런 차이다. 행정부처 청사마다 개별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제대로 투자해서 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 정부 홀대가 심했던 것 같다.

“세종시와 연결성이 가장 좋아야 할 곳은 서울이다. 도로망을 보면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는 1년에 300일 이상 막힌다. 세종~서울 고속도로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게 2008년이다. 표류하다 2017년 착공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당초 계획대로 했더라면 2017년 세종~서울 고속도로가 완공됐고, 지금처럼 경부, 중부 고속도로가 체증이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 집중된 권력의 분산이 필요한데.

“반드시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헌법은 지방자치를 못하게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아이들이 많으니까 다른 도시보다 교통법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거다. 전 세계 모든 나라는 지자체 나름의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데 한국만 못 만든다.”

- 조례가 있지 않나.

“물론 조례가 있기는 하지만 법률에서 위임한 것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우지 않는 것만 할 수 있다. 지원하는 것만 할 수 있고, 나름의 규칙은 만들 수 없도록 했다. 서울에는 택시가 남아도는데 세종시에는 부족하다. 그런데 법률로 총량제를 적용해 국토부에서 증차권한을 쥐고 있다. 현장성이 강한 사무는 지자체 현실에 맞도록 권한을 맡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 코로나19 대응도 문제인지.

“코로나 사태가 격화하면서 지자체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최근 서울에 확진자가 늘었는데 사람들은 대통령 탓만 한다. 지역별 사정에 맞는 방역대책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지자체장이 책임을 지는 구조여야 한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세종시가 처음으로 채택한 것이다. 모든 문제가 중앙으로 집중되면 의사결정이 늦어져 현장에서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면 정확한 결정을 못해 낭비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 국회에 진출해 바꾸는 건 어떤가.

“그러기에는 세종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다. 세종시는 내 운명이다.”

행정수도, 세종에 대통령 집무실 만들고 헌법 고쳐야 완성

[논설위원의 단도직입]이춘희 세종시장 “세종시는 내 운명…정부의 지방 홀대로 국토균형발전 제대로 못해”

‘수도는 서울, 행정수도는 세종’
헌법에 명문화 방안 적극 추진
여야 대선 후보도 긍정적인 반응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쪽으로 1㎞가량 떨어진 전월산~세종수목원 사이 61만6000㎡는 세종 국회의사당이 들어설 부지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두 배 가까운 면적이다. 지난 9월 국회가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세종의사당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1948년 개원 이후 6·25전쟁 시기를 제외하고는 서울에만 있었던 국회가 처음 다른 지역에 자리 잡게 됐다. 각종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7년쯤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는 45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을 완료한 데 이어 국회 분원까지 들어서면 입법 기능까지 더하게 된다. 또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와 아직까지 옮겨오지 않은 행정기관 이전, 세종행정법원 및 지방법원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다. 세종시는 도시계획에 청와대와 법원 등이 들어설 부지를 마련해두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수도권 집중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미 인구 절반이 살고,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몰려 있다. 국세의 55%도 수도권에서 걷힌다”면서 “행정수도를 완성해야만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행정수도로서의 지위와 위상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세종시는 본다. 이 시장은 “행정부처가 대부분 세종시에 있는데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서울에서만 업무를 처리하는 건 효율이 떨어진다”면서 “대통령 세종집무실에서는 국무회의를 개최할 수 있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중앙·지방 협력회의 등도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서는 헌법을 고쳐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2004년 수도가 서울인 것은 관습헌법이라며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행정수도로 계획됐던 세종시는 그래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발의한 개헌안에서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당시 개헌안은 여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세종시는 나아가 헌법에 세종을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헌법에 ‘행정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로 한다’ ‘수도는 서울특별시, 행정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로 한다’ 등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행정수도 완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9일 충청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인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청으로 행정수도 옮겨서 진행 중인데, 보수 야당이 막아서 일부밖에 못 옮긴 것이다. 앞으로 사실 더 많이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지방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제2 집무실을 (세종에)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며 “기회가 되면 (대통령) 취임식을 세종의사당이나 의사당 터에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청와대 제2 집무실 세종시 설치와 2027년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을 돕겠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월 세종의사당 예정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행정수도가 더 확실하게 완성이 되고, 국회도 세종시에서 제대로 정착이 돼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이곳에 대통령 집무실도 마련을 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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