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다방은 언제부터 생겼을까···근현대 서울의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김보미 기자
1909년 서울 남대문역 인근의 끽다점(다방) 내부 모습.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1909년 서울 남대문역 인근의 끽다점(다방) 내부 모습.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들고 가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모습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예사롭게 일어나는 일을 ‘차 마시고 밥 먹는 듯하다’고 표현한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을 보면 차(茶)는 꽤 오래전부터 시민 일상에 자리 잡은 문화였다.

서울역사편찬원이 개항 이후부터 현재까지 음료 문화를 정리해 12일 발간한 책 <근현대 서울의 차 문화>에는 서울 시민들이 어떻게 차를 즐기게 됐는지가 담겨있다. 이 책은 개항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로 시기를 나눠 서울에서 차가 생산·소비되는 모습을 다뤘다.

조선시대 개항 이후 커피와 홍차 등 서양 음료가 처음 서울에서 소비되기 시작했다. 대한제국 황실에서도 손님을 대접할 때 서양 찻잔에 이 차들을 담아 서양 간식과 차려내기도 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대사관들이 밀집해 외국인들의 활동이 많았던 정동과 진고개, 수표교, 서소문 주변으로 사이다와 같은 새로운 마실 거리의 유입도 확산됐다.

1909년 서울 남대문역 인근의 끽다점(다방) 모습.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1909년 서울 남대문역 인근의 끽다점(다방) 모습.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일제강점기 경성에서는 일본 백화점·식료품점 등이 진출하면서 일본식 녹차와 코코아, 라무네라고 불린 레모네이드 등이 소비됐다. 카페와 제과점, 극장과 같은 새로운 상점이 늘어나면서 취급하는 제품도 많아졌다. 특히 경복궁 서측의 서촌과 성북동 일대에 정치·종교·예술인들이 차를 매개로 교류하는 공간이 늘어나면서 1930년대 다방은 전성기를 맞는다. 다방은 ‘끽다점’(喫茶店), ‘찻집’, ‘티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광복 후 미군정기부터 1970년대까지 산업화와 함께 커피·홍차가 대중화됐다. 하지만 1973년 석유파동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국산품 애용을 장려하는 정부·시민사회의 운동으로 서양 음료를 대체할 각종 인스턴트 차가 개발됐다. 인삼차, 쌍화차, 곤포 등 전통차를 소비하는 이들도 생겼다.

차를 마시는 문화는 1980년대 청년 공간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대학로의 ‘학림다방’, 종로 ‘반쥴’, 신촌 ‘독수리다방’ 등은 레트로 유행으로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외국 브랜드가 진출하면서 커피와 차, 버블티 등 다양한 음료 전문점들이 생겨났다. 이태원에서는 영국과 터키,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각국의 차 문화도 만날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지난해 발간된 <조선시대 서울의 차 문화>와 함께 먼 옛날부터 이어져 오던 우리의 차 문화가 개항기와 현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다양화됐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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