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왔던 ‘정신고생’ 유쾌하게 푼다…정신장애인들 광주서 ‘우당탕탕 대회’

강현석 기자
정신장애인들이 자신들이 겪은 경험 등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정신고생대회’가 5일 광주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대회 모습. 요한빌리지 제공.

정신장애인들이 자신들이 겪은 경험 등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정신고생대회’가 5일 광주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대회 모습. 요한빌리지 제공.

조양선씨(55)는 잠을 자다 중간에 깨는 경우가 많다. 다시 잠들면 회사에 지각을 하게 될까 걱정하다 결국 잠을 설친다. 조씨는 출근해서도 불안감 등으로 업무에 큰 지장을 겪어왔다. 20대부터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아왔던 조씨는 약물복용과 꾸준한 건강관리로 올해부터 한 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조씨는 정신건강재활시설인 요한빌리지가 진행한 ‘당사자연구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에게 ‘불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조씨는 자신과 비슷한 질환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공개하기로 했다.

정신장애인들이 장애 극복 과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가 광주에서 열린다.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건강재활시설인 소화누리·요한빌리지·송광정신재활센터는 4일 “5일 오후 1시부터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회는 오후 1시부터 요한빌리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된다. 올해로 4회째인 이 대회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전국의 장애인 11명이 직접 자신들의 경험담을 연극이나 이야기 등 다양한 형태로 들려준다.

많은 정신장애인들은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지만 편견이나 낙인 등을 우려해 자신들의 상황을 주변에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지 못한다. 혼자서 모든 고통을 감당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병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는 이같은 고통을 겪은 장애인들이 풀어놓는 고생담이다. 가족과 이웃, 동료들에게 그동안 숨겨왔던 질환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정신고생을 털어놓기로 한 유인숙씨(71)는 “환청으로 힘들지만 ‘나만 앓고 있는 병이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이정기 요한빌리지 사회복지사는 “정신장애는 본인 스스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주변사람들은 잘 모른다”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고생 이야기를 털어놓다 보면 비슷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본인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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