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고는 현대산업개발이, 수습은 세금으로···광주시·동구 '학동참사 4억 구상권 청구' 손 놔

글·사진 강현석 기자

피해자 지원에 세금으로 4억 지급

현산에 사고 수습비용 청구 안 해

동구 “피해 회복에 집중, 늦어져”

지난해 6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광주시가 인근에 설치한 임시 버스 정류소. 광주시와 동구는 사고 7개월이 지났지만 현대산업개발에 사고 수습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광주시가 인근에 설치한 임시 버스 정류소. 광주시와 동구는 사고 7개월이 지났지만 현대산업개발에 사고 수습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철거건물 붕괴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참사를 일으켰던 현대산업개발에 행정당국이 지금까지 사고수습비용을 단 한푼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참사를 일으킨 ‘원인자’에게 사고수습과 복구비용을 전부 부담시키도록 하는 조례가 있지만 7개월째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솜방망이 처분으로 대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광역시와 동구는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이후 피해자 지원과 사고 수습을 위해 4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당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들어서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기 때문이다.

참사 이후 시와 동구는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지원 조례’에 따라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재난기금으로 각종 지원을 했다. 조례는 재난피해자의 생활안정 및 피해수습을 위해 생활안정지원, 간접지원, 장례비와 치료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조례에 근거해 지난해 7월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49재’ 비용으로 2700만원이 지급됐다. 8월에는 피해자 17명의 법적 구제를 위한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1억8700만원을 지원했다. 이어 10월에는 희생자 가족들의 생계지원을 위해 1억8000만원의 구호금을 지급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만 국민세금 3억9400만원이 지급됐지만 광주시와 동구는 현재까지 현대산업개발에 ‘구상(求償·상환을 요구하는 것)’을 청구하지 않았다. 조례는 지원금을 먼저 지급한 이후 “피해를 유발한 원인자에게 (피해자)지원을 위해 부담한 지원금액 등 비용 전부를 청구한다”고 돼 있다.

지난해 6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인도와 버스정류장이 사라진 이후 도로 1차선을 울타리로 막아 임시 통행로가 만들어졌다.  광주시와 동구는 사고 7개월이 지났지만 현대산업개발에 사고 수습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인도와 버스정류장이 사라진 이후 도로 1차선을 울타리로 막아 임시 통행로가 만들어졌다. 광주시와 동구는 사고 7개월이 지났지만 현대산업개발에 사고 수습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조례는 또 정부의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피해 수습을 위해 지원한 비용도 원인자에게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공공시설 복구, 재난피해자 수색 및 구조, 복구비용 산정을 위한 비용까지도 원인자에게 부담시켜야 한다.

당시 붕괴사고로 1곳 당 설치비용이 3000만원인 버스정류장이 매몰되자 당국은 사고현장 인근에 임시정류장을 만들었다. 수십년생 가로수도 부러졌다. 중앙선까지 넘어온 잔해를 치우고 현장 수습을 위해 차량 통행도 수일간 통제됐다. 현장은 인도가 사라져 시민들은 7개월째 도로 갓길에 낸 임시통행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 비용도 최소 수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광주시와 동구는 이 비용 역시 현대산업개발에 청구하지 않고 있다. 임시정류장에서 만난 이모씨(57)는 “정류장이 갑자기 150m나 멀어졌고 인도도 없어 불안하다”면서 “대기업이 일으킨 사고 때문에 시민들이 수개월째 피해를 보고 있는데 수습 비용도 시민들이 떠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김정희 변호사는 “7개월이 넘도록 현대산업개발에 피해수습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해 기업에 대한 법적 책임추궁을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기관의 안일함이 적어도 현대산업개발이 대형 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동구 관계자는 “조례에는 언제까지 구상을 청구하라는 규정이 없다. 피해자 가족들의 피해회복에 집중하다 보니 청구 시기가 늦어졌다”면서 “오는 2월28일까지인 사고 현장 보존기간이 끝나면 원상회복 명령과 함께 모든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