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진 어선 사고…기후변화 악천후에 무리한 조업 탓

김정훈·박미라·강현석 기자

남해·제주해역 잇단 전복·침몰…올 들어 사망자만 14명

잦아진 어선 사고…기후변화 악천후에 무리한 조업 탓

최근 남해와 제주 해역 등에서 어선이 전복·침몰하는 사고로 올해 사망자만 14명에 이르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기상 이변이 원인으로,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4일 남해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서 현재까지 경남 해역에서 75건의 어선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이날 오전 4시15분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8.5㎞ 해상에서 11명이 탄 부산 선적 139t급 쌍끌이저인망 어선이 침수해 한국인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외국인 7명은 구조됐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오전 6시29분쯤 욕지도 남쪽 68㎞ 해상에서 제주 선적 20t급 근해연승어선이 전복돼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전남 남해상에서도 올 들어 어선 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1시쯤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인근 해상에서 6.6t급 양식장 관리선이 선착장으로 돌아오던 중 뒤집혔다. 이 사고로 승선원 6명 중 3명이 숨졌다. 당시 사고 해상은 육지에서 가까웠지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높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선이 뒤집힌 직후 이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령됐다.

제주 해역에서도 올 들어 18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지난 1일 서귀포시 마라도 서쪽 20㎞ 해상에서 갈치잡이를 하던 33t급 어선이 전복돼 승선원 10명 중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1월27일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남동쪽 해상에서 어선이 침몰해 승선원 3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선장의 교신 내용, 생존 선원의 증언에 따르면 높은 너울성 파도가 배를 덮치면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민과 해양 전문가들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어선 사고의 원인으로 이상 기온에 따른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와 조업환경 변화에 따른 무리한 조업 등을 지목하고 있다. 김종찬 사단법인 한국자율관리어업 통영시연합회장은 “몇년 사이 3~4월에 짙은 해무와 강풍 등 변덕스러운 기상 이변이 많아져 매년 어민들의 출항 횟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출항하거나, 선박 안전점검 미비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어선 사고는 겨울과 초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더 따듯해지면 해무가 문제가 된다”면서 “북서풍이 부는 겨울과 초봄 시기에는 바람이 강하고 파도도 높아 선박 위까지 너울이 치면서 침수, 침몰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경남도는 지난 13일 지역 어업인과 수산업 관련 모든 단체에 서한을 보내 어선 안전수칙 준수를 부탁했다. 출항 전 기상 상황 파악, 장비 점검과 출입항 신고 필수, 기상 상황 악화 때 출항 자제, 통신장비 켜기, 전방주시 철저, 구명조끼 착용, 과속 또는 음주운항 금지 등의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제주해경청도 어선 사고의 원인을 인적·물적·환경적 요소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해경청은 특히 기상특보뿐만 아니라 예비특보 발효 시에도 선박 출항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에 요청할 예정이다.

수협중앙회 어선안전조업본부도 지난 2월 ‘봄철 해양사고 예방대책’을 수립해 오는 5월 말까지 시행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어선안전조업본부 관계자는 “봄철은 큰 일교차로 인해 안개 발생빈도가 높아 시계제한에 따른 충돌 등 해상교통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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