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재판 잇단 ‘솜방망이’ 판결

불법대선자금 사건과 관련된 정치인들이 줄줄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나고 있다. 법원이 그동안 비리 정치인에 대한 엄벌 의지를 천명했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이번에도 ‘비리척결’이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법조계 내에서도 나올 정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는 20일 삼성 등 기업으로부터 불법대선자금을 모금·집행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한나라당 전 재정국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치권력을 내세워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낸 혐의가 모두 인정되고 수수과정도 휴게소에서 은밀히 접선하는 등 ‘전문적인 범죄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을 써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고 밝혀 중형을 선고할 듯했다.

그러나 막상 판결은 “피고인이 김영일·최돈웅씨의 지시로 수동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점,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강금원·선봉술씨 등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15억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씨의 조세포탈 혐의와 안희정씨의 불법정치자금 17억원을 보관해준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용인땅 위장매매’를 통한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가 ‘호의적 거래’라며 무죄로 판단, 이같이 선고했다.

지금까지 대선자금 수사로 1심 선고를 받은 정치인은 4명으로 실형은 32억원의 불법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수 열린우리당 의원 한명뿐이다.

기업으로부터 10억원씩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재정 전의원은 ‘반성하고 있다’거나 ‘단순 전달자’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비록 적용 법조가 법정형이 높은 뇌물수수 혐의였지만 홍성근 국세청 전 감사관(징역 5년), 박광태 광주시장(징역 2년6월) 등에게는 여지없이 중형이 선고됐다.

대한변협 도두형 공보이사는 “아무리 정치자금법의 법정형이 약하고 과거 판결에서 집행유예가 많았더라도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면 너무 약한 판결이다”라고 지적했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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