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호텔 주로 사용… 대가성 여부 집중 수사

정제혁·조미덥 기자

이국철, 신재민 카드내역 제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3) 등 현 정권 실세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금품제공 사실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49)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의혹의 핵심인 신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의 계좌도 추적 중이다.

더 이상 이국철 회장의 ‘입’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 이 회장과 신 전 차관의 수사 형평성 등을 두루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신 전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 전 차관이 이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게 사실인지, 무엇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위법한 금품거래가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 등을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앞서 이 회장은 2008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신 전 차관이 국내에서 사용했다는 SLS그룹의 해외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검찰에 제출했다. 카드는 주로 신세계백화점·호텔롯데·플라자호텔·롯데쇼핑·르네상스호텔 등에서 사용됐고, 총 2만5734달러가 결제됐다.

신 전 차관은 지난 9일 검찰에 출석해 이 가운데 일부를 자신이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법인카드 사용기간을 특정한 점과 신 전 차관이 단건으로 사용할 때마다 이 회장에게서 카드를 받았을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점 등으로 미뤄 신 전 차관이 문제의 신용카드를 지급받은 뒤 지속적으로 소지한 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주 중 백화점 등에서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제출받아 이를 확인할 방침이다.

문제는 신 전 차관이 SLS그룹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 ‘무엇에 대한 대가인가’하는 점이다. 신 전 차관이 해당 카드를 사용한 시점은 문화부 차관 재임기다. 검찰 관계자는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신 전 차관이) 힘 있을 때 돈을 받았으면 여기저기에 말 한마디라도 해주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신 전 차관과 이 회장 모두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한다면 예상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신 전 차관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들어주고 금품을 받았을 수 있다. 이 경우 금품을 받은 신 전 차관(뇌물수수)은 물론 금품을 건넨 이 회장(뇌물공여)도 처벌받는다.

신 전 차관이 자신의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공직자 등에게 청탁을 넣었다면 신 전 차관만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받는다.

검찰은 이 회장이 안국포럼 운영비 명목으로 신 전 차관에게 억대 금품을 건넨 시점도 정치자금법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006년 10월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 전 차관은 검찰에서 안국포럼 운영비 명목의 억대 금품과 상품권에 대해선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서 이 회장은 제보자이자 피고소인이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내가 구속되면 현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이 적힌 비망록을 언론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후속 폭로로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제기되는 의혹은 모두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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