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개인 비리’로 구속 수감

정제혁 기자

법원 “도주 우려”…현 정부 들어 MB정부 핵심인사 첫 구속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2)이 건설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됐다.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의 몸통이면서도 구속을 면한 원 전 원장은 결국 ‘개인 비리’로 구속되는 처지가 됐다. 정보기관의 수장이 개인 비리로 구속된 것은 김영삼 정부 때 권영해 안기부장에 이어 두 번째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핵심인사 중 현 정부 들어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10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타고 있다.| 강윤중 기자

10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타고 있다.| 강윤중 기자

원 전 원장은 구치소로 향하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현금 받은 부분은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네”라고 답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2009년부터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1억여원의 현금과 순금, 명품 가방 등 5000만원의 선물을 받은 혐의로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산림청이 2010년 초 홈플러스의 인천 무의도 연수원 건축을 허가하는 과정에 원 전 원장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6월 홈플러스가 처음 연수원을 짓겠다고 했을 때 산림청은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이듬해 초 찬성 의견으로 바꿨다.

검찰은 황 대표가 원 전 원장을 통해 홈플러스의 연수원 허가 민원을 해결해주고, 홈플러스 신축 공사를 대거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초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황보건설이 2010년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공사의 하청을 따내는 과정에도 원 전 원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공사를 수주한 두산중공업 전직 임원에게서 “발주처로부터 황보건설을 하청업체로 하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4일 원 전 원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황 대표가 원 전 원장에게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정황이 적혀 있는 황 대표의 다이어리와 진술, 황보건설 직원의 진술을 제시했다.

이날 오전 10시15분쯤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나온 원 전 원장은 ‘억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원 전 원장은 ‘선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는데 대가성이 있었나’는 질문에 “그냥 생일 선물이었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장으로서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인터넷에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댓글 수천건을 올리고 찬반 표시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황교안 법무장관이 제동을 걸어 결국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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