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못 살리고 ‘회의록’ 끌려다니는 민주

구혜영·구교형 기자

회의록 공개 당내 혼선에

현안마다 여당에 뒤처져

‘국정원 정국’ 무기력 행보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정국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댓글 국정조사는 10일 결국 불발됐고 정상회담 회의록 열람·공개 결정은 새누리당과 함께 동반 책임론에 휩싸였다.

■국조는 꼬이고, 열람은 풀리고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는 10일 특위 위원 배제 문제로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 문제를 협의했지만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을 특위 위원에서 배제해달라”는 새누리당 요구 때문에 불발됐다. 권 의원은 “두 의원을 특위에서 빼지 않으면 국정조사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b>비맞는 야당</b>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운데)와 전병헌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가진 현장 최고위원회 발대식 도중 폭우가 쏟아지자 급히 비옷을 꺼내 입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비맞는 야당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운데)와 전병헌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가진 현장 최고위원회 발대식 도중 폭우가 쏟아지자 급히 비옷을 꺼내 입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정 의원은 “새누리당의 부당한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김현·진선미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특위에서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거부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넘겨받아 열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운영위 소속 새누리당·민주당 의원 5명씩 총 10명이 회의록을 열람한 뒤 합의된 사항만 운영위 전체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외 내용은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 ‘간접 공개’ 방식을 결정했다.

■민주, 그동안 뭘 얻었나

지난 3월 여야 원내대표가 국정원 국정조사에 합의한 뒤 험난했던 4개월. 민주당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당내에선 “손님은 가득한데 사지는 않고 구경만 하는 백화점 폭탄 세일”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당내 혼선은 국정원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했다. 지난달 24일 국정원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자 김한길 대표는 ‘선(先) 국정조사·후(後) 회의록 공개’를 제안했다. 그러나 반나절 만에 문재인 의원은 회의록 전면 공개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첫 장외집회가 있던 지난달 30일, 문 의원은 정계은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투쟁의 우선순위와 목표가 달랐다. 불협화음만 커져갔다.

새누리당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국정원 정국을 ‘댓글 프레임’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프레임’으로 전환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서 여권 커넥션 의혹이 커지던 때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회의록 전문 공개와 여권의 사전 입수 의혹이라는 호재를 만나고도 주도권을 놓쳤다. 발췌본 불법 열람 국면이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진위 국면으로 바뀐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면 빨리 국정원 정치개입 책임자 처벌과 국정원 개혁에 치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민주당은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 열람·공개를 먼저 제안, 정쟁의 늪으로 빨려들어 갔다.

청와대의 거리두기 전략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성급하게 ‘박근혜 책임론’부터 꺼내들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치 국면에서 물러서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회의록 이슈를 현 정권 정통성과 연결시켰다. 당력을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 집중, 이명박·박근혜 정권 공동 책임을 밝혀냈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도 있었다. 박 대통령과의 대립은 대선에 불복하려는 듯한 이미지만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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