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해부

유동규, 김만배와 700억원 약속…검찰·경찰 수사 포인트는?

허진무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은 뒤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은 뒤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이 진행 중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의 줄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 화천대유에 대한 특혜나 위법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이 위법에 관여했는지 밝히는 것이다. 둘째, 화천대유가 특혜를 받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했는지 밝히는 것이다. 셋째, 화천대유가 이 사업으로 챙긴 수천억원의 수익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밝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지난 3일 구속했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 1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인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것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에 과도한 수익이 돌아가도록 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으며 사업자 선정과 수익분배 구조 설계에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삭제한 사실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 유 전 본부장에게 적용된 혐의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저지른 배임의 구체적인 과정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유 전 본부장의 ‘윗선’을 찾는 것이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사나 묵인, 방조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대장동 개발은 유 전 본부장의 비리 연루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진 이 지사 스스로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했던 사업이다. 성남지역 한 아파트의 리모델링 조합장이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연으로 성남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파격 발탁된 인물이다.

다른 하나는 유 전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실무진을 찾는 것이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이 이 사업을 설계했다. 검찰은 이 팀에서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를 3일 소환 조사했다. 정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를 소유한 남욱 변호사의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들어갔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의 퇴직 이후 함께 유원홀딩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설계한 정영학 회계사와 가까운 사이인 김모 회계사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에서 근무했다. 검찰은 정 변호사와 김 회계사가 수익분배 구조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 하나는 유 전 본부장과 관련을 맺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외부 인물을 찾는 것이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정민용 변호사와 김모 회계사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은 물론 유 전 본부장과 다층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수익분배 설계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단서도 나왔다. 유 전 본부장에게 5억원을 건넨 것으로 영장에 적시된 김만배씨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관계 로비 의혹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로비와 관련된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씨는 2015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화천대유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 곽씨를 출국금지 조치한 경찰은 조만간 곽씨를 불러 이 퇴직금에 뇌물 성격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화천대유의 고문변호사를 맡았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관련된 각종 특혜 의혹도 규명돼야 한다.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이 사건에 등장하는 다른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화천대유의 수천억원대 수익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밝히는 작업은 ‘대장동 특혜’의 최종 수익자가 누군지 밝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개발수익 700억원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 측은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했지만,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유 전 본부장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김만배씨가 준 5억원은 700억원의 일부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결국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의 실소유주, 킨앤파트너스, 엠에스비티를 통해 화천대유에 흘러든 자금의 실소유주가 확인돼야 ‘특혜’의 최종 수익자가 누구인지 분명해진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관련자들이 여러 유령회사를 통해 사업을 벌였기 때문에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검찰이 남 변호사까지 조사해야 ‘대장동 의혹’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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