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몰랐다” 이재명 “기소 부당”

김희진 기자

‘허위 발언’ 선거법 위반 혐으로 대선 이후 ‘피의자 신분’ 첫 재판 출석

“김만배 몰랐다는 윤석열 조사는 각하…부당함, 법원이 잘 밝혀줄 것”

<b>묻지 마세요</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묻지 마세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대 대선 패배 이후 359일 만인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 재판에 출석했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고 국회의원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는 것이다.

대선 기간 2건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앞으로 격주로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검찰이 기소를 저울질하고 있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관련 혐의로 기소할 경우 법정 출석은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에 집중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법원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이 대표 측은 “선거법 위반 혐의 구성 요건도 갖추지 못한 기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을 밝히는 데 1시간 넘게 할애하는 등 7시간에 걸친 재판은 첫날부터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강규태)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공판기일은 이날 처음 열렸다. 오전 10시27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도착한 이 대표는 검찰청사 출석 때와는 달리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경기지사이던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답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2건 가운데 성남시 산하기관 직원인 김 처장을 몰랐다고 한 것에 공방이 집중됐다.

이 대표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보면 이 대표가 ‘김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을 마치 ‘김 처장을 만나고 보좌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과 같다고 하는 듯하다”며 “발언 내용을 변형한 뒤 ‘허위’라고 한 참 이상한 기소”라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하려면 공표 대상이 ‘사실’이어야 하는데, ‘몰랐다’고 한 것은 주관적 인식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어떤 사람을 몇 번 이상 보면 안다고 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어떤 사람을 아는지는 만난 횟수와 개별 경험의 유무로 인정할 수 없으며 ‘개인적으로 알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주관적 평가”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 대표와 김 처장이 ‘10회 만났다’고 적시한 데 대해서도 “기억할 만한 일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시장으로 재직한 기간이 8년이고 산하기관까지 합치면 성남시 공무원은 4000명, 김 처장과 같은 직급인 팀장급만 600명”이라며 “그사이 만난 사람, 직원을 전부 기억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함께 골프를 쳤다는 해외 출장에서도 김 전 처장을 사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고 다수 하급 직원 중 한 사람을 이 대표가 기억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당선 전부터 김 전 처장과 알고 지냈으며 시장이던 2015년에도 김 전 처장과 함께 호주 출장을 가는 등 보좌를 받은 점에 비춰보면 이 대표의 발언은 ‘허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검찰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간략히 설명하는 것과 달리 이날 검사들은 1시간10분에 걸쳐 공소사실 내용을 낭독했다.

검찰은 대선 기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실무 책임자인 김 처장이 사망하자,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까 우려한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몰랐다’는 허위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권자들이 이 대표가 방송에서 ‘김 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표의 발언으로 유권자는 전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고, 이 대표는 후속 질문을 받지 않는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호주 출장에서 이 대표 뒤에 김 처장이 따라가는 사진, 김 처장이 출장 중 ‘시장님·본부장님(유동규)하고 골프 쳤다’며 딸에게 보낸 영상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과연 같이 간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격식 있는 공무상 출장이었는지, 김 처장이 그저 하위직원이었는지 증거로 밝히겠다”고 했다.

■오전 내내 눈감고 침묵하던 이 대표, 오후 재판서 ‘반격’

법원 앞 이 대표 지지·반대자들, 재판 내내 자리 지키고 저녁까지 시위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로 눈을 감은 상태로 검찰과 변호인 진술을 들었다. 오전 재판이 끝날 때쯤 재판부가 직접 이 대표에게 ‘피고인이 할 이야기는 없나’라고 묻자, 이 대표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출석할 때에 이어 법정에서도 말을 아끼던 이 대표는 오후 재판에 출석하며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에 대해선 조사도 없이 각하했고,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 대해선 압수수색, 수십명의 소환조사를 통해 기소했다”며 “이 부당함에 대해선 법원이 잘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는데도 검찰이 이 발언에는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김씨 누나가 2019년 윤 대통령 부친의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대선 기간 드러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대표의 출석에 맞춰 법원 앞에 모인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자리를 지켰다.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이들은 “구속하라 김건희”를 외치며 이 대표를 기다렸다. 이 대표 반대자들은 “이재명을 구속하라”로 맞서며 저녁까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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